언제 어디서든 뒤돌아 봤을 때 후회 없는 삶을 꿈꾸며... Li.ED
탐구 모임 Li.ED의 네 번째 여정이 끝났다. "잘 사는 삶"을 주제로 진행한 올해 마지막 탐구생활에서 나는 잘 살기 위해 "여행을 내려놓고, 여행 없이도 여행자로 사는 방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여행은 지난 20년 동안 내 삶의 가장 큰 가치이며, 삶의 수단이며, 성장의 동력이었다. 내가 섬순이로 산 시간이나 교육 디자이너로 산 시간보다, 월등하게 긴 시간 동안 나는 일상을 떠나는 "여행자"로 나의 정체성을 정립하며 살아왔다. 그러므로 조금 두렵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불행은 상대적이다.
일상에 특별히 감사하지 않았음에도,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흔들렸을 때 많은 이들이 불행해했다. 바이러스로 인해 변해버린 일상에 민감하게 굴지 않았던 나도, 일찌감치 사두었던 비행기 티켓을 연말이 되어서도 결국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을 때 그 이유로 불행했다. 코로나와 함께 두 해를 보내면서 모두의 삶은 어떤 방식으로든 변했다. 물론,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삶이란 것이 원래 변화의 연속이니, 변화는 당연하지만 왠지 모르게 변화를 말하는 나의 마음에 서글픔이 일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나는 여행이라는 일탈을 잃었고, 그로 인해 흔들리는 나를 보며 깨달은 것은, 내 삶의 윤활제이자 비타민인 줄 알았던 여행에 사실 내가 중독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여행 없이 사는 나의 삶에 깨어있음과 자각, 각성이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을까?
올 초, 여행 없는 삶의 권태와 무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보고자 시작한 게 온라인 탐구 모임, Li.ED였다. 작년 말,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됨을 받아들여야 했을 때, 마음을 다스려보고자 시작한 온라인 정토 불교대학에서 영감을 얻어 온라인으로 "학습의 장"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더랬다. 그리고 네 번의 탐구 모임을 진행했다. 오픈팩토리 시절 진행하던 인생학교 워크숍의 첫 번째 버전에서 활용한 "창의성", "일", "관계', 그리고 "삶", 네 개가 각 탐구 모임의 주제가 되었다.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는 창의성, 생계를 위해 내려놓을 수 없다면 일을 잘 정의하고 win-win하는 법, 사회적 동물로서 만족스러운 관계 맺기, 생과 사 사이에서 삶을 더 잘 꾸리는 법 등이 각 탐구의 소주제였지만 네 번의 탐구 여정을 통해 내가 이른 곳에는 꾸준히 여행을 떠나야 하는 방자말고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여행자로 살 수 있는 삶이 비전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여행이 나를 키웠지만 지금 내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떠나지 못해서이다. 그러므로 지금 내게 필요한 훈련은 떠나지 않고 일상에서 깨어있으며, 성장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명확하지 않아 말로 뱉지 못했을 뿐, 나는 작년 즈음부터 어렴풋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삶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잘 사는 법으로 살아보고자 조금씩 수행하고, 노력하고 있었던 듯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당장, 나 이제 여행 끊을 거야!라고 말을 하진 못하겠다. 실제 여행을 떠나지 못해도 붙잡고 여지를 두고 싶은 맘이랄까.. (이래서 중독이 무서운 건가 싶다) 하지만 서서히 새로운 삶의 방식과 여행 없이도 일상에 온전히 깨어있는 시간을 늘려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변화를 시작하겠다고 말하고 싶다.
이 변화할 삶을 나는 수행의 삶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 삶에서 나는 나의 내면 보기와 일상 즐기기를 주된 화두로 두려고 한다. 그리고 이 길의 끝에, 항시 깨어 있고, 여행자의 시선으로 살 수 있는 진정한 여행자로서의 귀환이 있길 바라본다.
나는 두 해에 걸친 방황 끝에 자신을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목표를 만들어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 점에 이른 듯하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만난 올해의 탐구 여정을 함께 해 준 크루들, 그 외 많은 온라인 학습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2021년은 정말이지 그대들이 있어, (조금 힘들긴 했지만) 여행이라는 약 없이도 견딜 수 있었다. 나를 찾은 그대라는 행운과 영감이, 그대들의 삶 속에도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