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고요한 도시

이야기, 스물아홉

by 방자

새벽 내내 양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다. 다만 잠결에 마지막 아침을 맞는 양들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잠을 설쳤다. 아침 6시부터 방송이 들리기 시작했는데(늘, 알제리 어느 도시에서든 하루에 5번 기도 시간에 맞춰 어서 모스크로 와 기도드리라는 내용의 가사를 담았다는 이상한 아저씨 목소리의 노래가 공공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평소의 그 노래가 아니다. 훨씬 더 무겁고 경건한 느낌이 나는 노래였다. 노랫소리는 7시 반에서야 끝났다. 어제, 이멘은 오늘 아침 8시면 다들 집 뒷들이나 도축장에서 양이나 소, 염소 등의 가축을 잡을 거라고 말했다. 머릿속에서 무서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잘 잤어?' '응~ 오랜만이야.'

응, 오랜만이네. 반가워~


좋은 것도 오랜만이면 더 좋은 법이다. 우리는 오랜만에 둘만 남았다(물론 1층에 카르멘이 있지만 그녀는 우리의 아침 멤버는 아니다). 새벽까지 일을 한 비는 아침 늦게까지 잤고, 일찍 자고 이른 아침부터 잠을 설친 나는 일찍 일어났으므로 둘 다 충분히 자기만의 시간도 즐겼고 오랜만이다. 나는 그가 배가 고파 일어날 때까지 그냥 두었다. 사람들이 떠난 건 아쉽지만 신경 쓸게 하나도 없는 이 아침을 그냥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침으로 빵 한쪽, 차 한잔씩을 먹고, 곧 점심으로 카르멘이 만들었던 아프리칸 쿠스쿠스를 가지고(많이 만들어서 엄청 많이 남았다. 향신료 맛이 진한 음식이라 다들 많이 못 먹은 듯했다) 비가 야채를 보태 주먹밥을 만들었다. 우리는 한껏 빈둥거리다 이멘이 말한 비치에 가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지중해 바다에 풍덩해볼 요량으로 수영복을 입고 위에 겉옷을 입은 채 숙소를 나섰다. 거리는 어느 때와 달리 한산하다. 아침엔 소리라도 북적북적한 느낌이었는데, 다들 양을 잡는 제를 지내고 집에서 쉬는 중인 걸까? 거리엔 사람이 없다. 언덕을 올라 스퀘어에 다다르니 사람들이 좀 보이고 문 연 카페 하나가 보인다. 문을 연 카페? 나는 커피가 당긴다. 비는 바다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들리자고 한다. 아이들 몇몇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헬로, 왓 이즈 유얼 네임?" 웃으며 비가 나와 그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그들의 이름을 묻자 까르르 웃으며 가버린다. 거리에는 아이들과 남자들만 있다. 사실 어제 오후에도 그랬는데, 이멘은 여자들은 다들 내일 희생제 때문에 집에서 야채를 다듬고 있을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지금은 희생제를 끝내고 양요리를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우리는 들은대로 이동해 바다에 다 달았는데 (적어도 내가 생각한) 비치가 없다. 돌을 쌓아 만든 바다의 경계 앞에는 문 닫힌 레스토랑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들어서 있다. 여기가 알제리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급 뷰이다. 아마도 이멘은 이 곳을 비치라고 칭한 거 같다. 아아. 물에 들어갈 수 없는 거구나. 이런 더운 날씨에 수영복을 껴입은 나는 후회가 막심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바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닷길을 따라 걸었다. 산책 후, 우리는 스퀘어로 돌아와 문 열린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카페 두 잔, 탄산수 한 개를 시켰다. 지난 며칠 동안 엄청 잘 먹고, 잘 놀았지만 이 20 디나르 짜리 카페 한잔 시켜 먹을 우리만의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와 비는 한참을 종교와 알제리 사회에 대해 논했다. 물론 채 한 달이 안 되는 우리의 한정적 경험을 가지고 알제리를 안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맛을 봤으니 수다를 떨어 보는 것인데, 나는 이 사회가 아직은 두려움에 의해 통제되는 경직된 사회라고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변화보다는 전통만을 추구하는 종교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경찰이 이 사회에 실존하는 위험 이상의 위험에 대한 인지나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어젯밤만 해도 성당에 낯선 중앙 아프리칸 남자 둘이 도둑을 맞아 가진 걸 모두 털렸다며 하룻밤만 재워줄 수 있냐고 찾아왔는데, 카르멘, 이멘, 이멘의 엄마는 그들이 낯선사람이라 위험할지 모른다며 신부님과 논의 끝에 돌려보냈다. 비가 건물에 머무는 사람들 중 유일한 남자임에고 불구하고 그들이 이방인인 우리에게 낯선 그들이 특별히 위험할 수도 있다며 내려가 보지도 못하게 했는데, 나는 사실 그들과 우리 사이의 낯섦과 위험함의 차이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녁엔 내가 엔초비 파스타와 샐러드, 비가 남은 아프리칸 쿠스쿠스를 해체해 향신료 맛을 좀 뺀 후 참치와 토마토소스를 넣어 볶은 아시안(비가 요리했으니) 쿠스쿠스를 준비해 카르멘과 함께 먹었다. 엔초비 파스타 맛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그녀가 말로만 맛있다고 하고 잘 먹지 못하는 것을 느꼈는데, 부키나 파소에는 바다가 없어 생선을 잘 안 먹는다고 한다(구할 수 있는 유일한 생선으로 만든 특별 메뉴였는데 메뉴 선정 실패). 생각이 짧았다.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부딪히고 서로 배려함으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베자야의 마지막 밤이다. 내일은 기차를 타고 알제로 간다. 알제리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표지 사진 : 비치가 있을 줄 알고 찾아간 바닷가. 문닫힌 레스토랑들 사이사이 벤치에 여유롭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들이 있다. 정확하게는 거리 전체에 남자들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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