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발견

북리뷰 _homo eruditio #16

by 방자
감정의 발견 _ 마크 브래킷 / 2020 / 북라이프


나는 오랫동안 이성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으며 살았던 것 같다. 감정은 때때로 유용할지 모르나, 본질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한 자의 분출물이며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노이즈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해왔던 것 같다. 어느덧 코치들의 감정 탐구 모임에서 함께한 세 번째 책, <감정의 발견>을 만나고 나니 문득 이런 질문이 나를 따라왔다.


나는 과연 내면에서 이는 그 다양한 감정들을
제대로 명명(Naming)해본 적이 있던가?



1. 감정 과학자가 된다는 것


책은 시종일관 우리에게 '감정 과학자'가 되라고 주문한다. 감정을 단순히 휩쓸리는 대상이 아니라, 탐구하고 분석해야 할 데이터로 보라는 뜻이다. 그 이성적 접근법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감정을 회피하거나 억누르는 것은 약점을 감추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현대인의 동물적 본능이다. 하지만 감정의 분출보다 회피가 낫다고 믿는 이들에게, 저자는 그보다 더 나은 대안인 조절을 제시한다. RULER라는 구체적인 방식은 꽤 설득력 있고 합리적이다.


스터디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내가 불편함이라는 모호한 단어 뒤로 숨겨두었던 감정의 실체는 대개 긴장(Tense)이었고, 그 뿌리에는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이름을 붙이지 못한 감정은 내 의사결정을 방해하지만, 이름을 정확히 붙이는 순간(Labeling) 그것은 비로소 다룰 수 있는 물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


2. 무드미터, 내면의 좌표를 찍는 일


4주간의 모임에서 가장 많이 호출된 도구는 무드미터였다. 각 칸에 적힌 단어들이 모든 순간 적확하다고 할 순 없지만, 쾌적함과 활력을 축으로 내 좌표를 찍어보는 행위 자체는 의미있었다. 혼자서는 안개처럼 뿌옇게만 느껴지던 감정의 라벨링을 돕는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3. RULER: 감정의 늪에서 우리를 구원할 다섯단계


인식(Recognizing),

이해(Understanding),

라벨링(Labeling),

표현(Expressing),

조절(Regulating).

이 다섯 단계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우리의 목표가 감정에 휘둘려 폭발하거나 비겁하게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동력 삼아 성장하는 것이라면 이 프로세스를 체득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감정의 인지와 이해에는 비교적 능숙했지만, 라벨링을 게을리하거나 표현 단계를 통째로 건너뛰곤 했다. 타인의 감정까지 감당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감정 조절이라고 말했던 그것은 그것은 조절이 아니라 교묘한 회피인 적이 많았다. 반복된 감정 탐구를 통해 나는 이제 인정하게 되었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단순히 감정을 쏟아내는 행위가 아니라, 내 안의 날씨를 외부 세계와 '동기화'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만약 내가 더 일찍 이 기술을 알았더라면 과거의 선택들은 조금 더 유연했을 것이고, 내 삶은 더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책에 이런 인용구절이 있었다.

모든 학습은 감정을 토대로 한다. - 플라톤


돌이켜보면 내게 강렬하게 남았던 배움과 성찰들은 예외 없이 뜨거운 감정을 동반했다. 그것을 알게되었다는 것이 감사하다.


프리로 읽었던 <사람을 안다는 것>, 그리고 지금 멤버들과 함께한 <느낌은 어떻게 삶의 힘이 되는가>, <비폭력 대화>, 그리고 이번 <감정의 발견>에 이르기까지. 홀로 였다면 쓱 읽고 덮었을 이 책들을 함께 읽고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해 준 동료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감정을 아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알아 볼, 마주할 용기를 얻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배움이 늦은 편이라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가다보면 진짜 감정 과학자가 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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