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99시간 — 개념은 포기하고 반복에 집중한 방사선사 국시 합격기
군 입대를 앞두고 방을 정리하다가,
형광펜 자국이 선명히 남은
모의고사 더미를 마주했다.
버릴까 하다 무심코 한 장, 두 장 넘기니
국시를 앞두고 불안에 떨며
잠 못 들던 날들이 떠올랐다.
방황만 하던 대학 시절 중, 유일하게 치열했던 시간.
그때의 나는, 흥미조차 없던 전공 앞에서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이 글은 나처럼 다양한 이유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그 시절의 내가 어떻게 공부했고,
어떤 마음으로 버텼는지를.
방사선사 국가고시는,
‘방사선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대학 3년 동안 배운 방사선학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방사선이론, 의료법규, 실기 등 전 영역을 시험 본다.
의료기사 시험 중 하나로 절대평가이며,
문제은행 방식이라 기출문제와 유사한 유형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완벽한 이해’보다
패턴을 익히고 반복하는 전략이 훨씬 중요하다.
국시를 준비하기 전,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첫 모의고사 성적은 뒤에서 2~3등.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막막했다.
학교생활도 쉽지 않았던 나는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했고,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기에
책을 펴는 것조차 버거웠다.
정신을 차리고 달력을 봤을 땐,
11월 마지막 주였다.
시험일까지, 채 3주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결국, 평균 이상의 점수로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내가 어떻게 공부했고,
어떤 방식이 효과적이었는지 여기서부터는,
그 3주 동안 내가 했던 구체적인 방법들을
나열해보려 한다.
한 명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막막한 마음으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나도 그랬다고 말해주고 싶다.
참고로 방사선사 국가시험은 총 3교시로
구성되어 있다.
1교시: 방사선 이론 + 의료관계법규
2교시: 방사선 응용
3교시: 실기 영상 문제
합격 기준은
1교시, 2교시는 각각 평균 40% 미만이면 과락
3교시는 60% 미만이면 과락
이 모든 과락을 피하면서, 총점 평균 60% 이상을
받아야 최종 합격할 수 있다.
시간은 충분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개념 정리, 기출문제 풀이는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대신, 학교에서 보는 모의고사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풀었던 모의고사는 총 8개였다.)
공부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험지를 보며 틀린 문제, 모르는 문제를
그 즉시 해설지를 보면서 오답노트를 작성한다.
(이때 오답노트는 해설지 위에 바로 작성한다.)
그리고 반복한다.
문제를 보자마자 답이 바로 떠오를 때까지.
상대적으로 시험날에 가까이 본 모의고사는 3번 정도,
일찍 풀었던 건 많게는 7번까지 반복했다.
반복은 매번 전부 다시 푸는 것이 아니라,
틀렸던 문제 위주로 빠르게 복습했다.
(초반에는 아는 문제가 없어 대부분의 문제를
다시 보게 된다.)
2주 동안은 모의고사 반복을 통해 감을 익힌다.
반복을 통해서 분명히 반가운 문제들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모의고사를 풀어보면,
여전히 합격선에서 많이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이 시점이 되면
이제는 슬슬 내가 어느 몇 교시에 자신이 있는지,
어려워하는지
구분이 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전략적인 시간 배분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어려워하는 교시 : 자신있는 교시 = 3 : 1 비율로 분배)
남은 1주는,
과거 4년치 국시원 기출문제를 풀고
오답을 바로 정리해 반복한다.
(실제 국시 문제가 모의고사보다 쉬운 편이다.
하지만 그 점수조차 합격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대망의 시험 전날,
컨디션 관리 역시 중요하지만,
그동안 공부해온 모의고사와 국시 기출문제를
빠르게 리뷰한다.
(시험 전까지 단 한 번도 모의고사와 국시 기출문제를 합격하지 못했던 내가 결국 합격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그 마지막 리뷰였다고 생각한다.
너무 힘들고 지치겠지만, 그 마지막 반복이
시험 당일, 정답을 찾아주는 ‘무의식’이 될 것이다.)
국시 문제는 문제은행 식으로
반복 출제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8+4) 문제만으로
충분히 집중해 반복한다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이유로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와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글이 한 번이라도
작은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