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방 안, 내 한쪽 손을 잡고있던 태율이의 손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내려갔을 즈음 다른 쪽 손을 잡고 고른 숨을 내쉬던 라윤이가 까만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엄마는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엄마는, 엄마는 말이야. 글을 쓰는 작가도 되고 싶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되고 싶고, 또 마음이 힘든 사람을 상담해주는 카운슬러도 되고 싶고, 또…또… 사람들에게 요가를 가르쳐주는 요가 선생님도 되고 싶어. 내가 대답했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마치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렇게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다시 내 마음에 스며들어 깊은 소요를 일으켰다. 학위를 받는 것이 유일한 진로였던 이십대 중반, 나는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의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에게 (무려 5년이나!) 기다려달라는 부탁을 하고는. 하지만 장거리 연애는 힘들었고, 두 해를 겨우 넘겨 우리는 결혼을 했다. 그렇게 나는 '잠시' 학교를 쉬게 되었고 이렇게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직도 꿈에서 매일 학교를 가는 내가, 학교로 돌아가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줄로만 알았던 내가 말한다. 작가가, 화가가, 카운슬러가, 요가 선생님이 되고싶다고.
아무것도 아니어서 무엇이든 될 수있다는 역설 앞에서 다짐한다.
그래, 그 무엇이든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