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말잇기, 아무말잇기

7세와 5세의 응가타임

by 윤소정

요즘 우리 집 두 아이는 끝말잇기를 즐긴다. 심심할 때 나랑 두세 번 해본 이후 둘이서 가끔씩 끝말잇기를 한다. 그런데 이제 막 글자를 익히기 시작한 라윤이와 글자를 모르는 태율이의 끝말잇기는 아무말잇기에 가깝다. 둘은 그래도 재미있는지 게임을 하면서 자꾸 웃는다. 귀여워서 몰래 소리를 녹음하다 보니 아이들의 음운, 음소 인식 발달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무말 같으나 아무말 아닌, 그저 재밌기만한 말잇기 시간, 잇다 보면 응가가 엄청 많이 나온다.


(어느 저녁, 라윤이와 태율이가 동시에 응가를 하는 상황)

태율: 누나, 우리 끝말잇기 할까?

라윤: 좋아. 태율이가 먼저 해.

태율: “노O경 선생님!”

라윤: 알았어. “노O경 선생님”! “님”! “님”...

태율: “님O채”도 있어.

라윤: 알았어. “님O채”! “채”! 태율이, “채”!

태율: 나는... 이거는 없어.

라윤: “채, 채도리”!

태율: 아! “채도리”가 뭐야?

라윤: 그거 말이야. 그거, 리모콘처럼 움직이는 거.

태율: 게임할 때 쓰는 그거! 리모콘!

라윤: 응, 그거!

(나: ‘그게 도대체 뭐지???’)

태율: 그럼, “리모콘.”

라윤: “콘플레이크”. 태율이, “콘”!

태율: 어.

라윤: “크나바”.

태율: “크나바” 없어.

라윤: 흐흐흐흐.

태율: “크나바”, “크나바”... 그냥 “큰 악어”!

(잠시 정적)

태율: 나 차례야, 이제. “나비”! “비상구”!

라윤: “비상벨”! 태율이 “벨”!

라윤: “벨”... “배꼽”!

태율: “배꼽”! 누나, “꼽”!

라윤: “꼬집기”!

태율, 라윤: (동시에 웃음을 터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