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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호 Aug 14. 2018

빈티지컵에서 찾은 새로운 취미

남편의 수상한 취미 시리즈


몇 년 전 어느 날, 집에서 창고를 뒤지다가 우연히 발견한 ‘머그면 컵’이 추억에 불을 지폈다. 내가 빈티지 잔에 대해 애정을 갖고 수집을 시작하게 된 것도 이 머그면 컵 덕분이다.


머그면 : 1993년 12월 1일, 농심그룹에서 출시한 라면


델몬트 병에 보리차를 채워 마시던 때를 기억하는가? 어릴 적에 사용하던 물건들을 볼 때면 그 당시에 추억이 떠올라서 신선한 즐거움을 준다. 요즘엔 이렇게 하나둘씩 모으게 된 빈티지 잔에 커피나 음료, 맥주를 따라 마시는 것이 소소한 낙이랄까?


근데 이것이 나 혼자만 느끼는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도 #빈티지잔, #빈티지컵 해시태그 수가 점차 늘어가고 복고, 혹은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행사용으로 증정하던 이런 옛날 컵들이 프리미엄이 붙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을 보더라도 지금은 충분히 대세고 유행이다.



하지만 나는 컵을 모으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용한다. 집에서 음료를 담아 마시거나 맥주를 따라 마시는 것인데 8~90년대 빈티지 컵에 마시는 것이 묘한 매력을 준다.


빈티지 컵은 음료회사의 증정품으로 나왔던 컵뿐만 아니라 맥주잔도 있다. 그중에서도 크라운맥주잔이나 오비맥주에서 88 올림픽 기념으로 만들어진 호돌이 캐릭터가 새겨진 맥주잔을 애정 한다.



빈티지컵에 마시면 기분이 조크든요


예전엔 캔맥주를 먹으면 그냥 캔 채로 마시거나 아무 컵에나 따라 마셨는데 이제는 줄곧 빈티지 잔에 따라 마시게 된다. 빈티지 잔에 마시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추억을 먹고산다. 어린 시절, 퇴근하고 돌아와 냉장고에서 갓 꺼낸 차가운 맥주를 잔에 따라서 들이켜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어느덧 나의 모습이 되어있다. 그런 기억 조각들이 향수가 되어 이런 빈티지 맥주잔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 당장 집에 돌아가 엄마 몰래 주방을 뒤져보자. 흔해 빠졌던 오래된 컵들이 달리 보일 것이다.

그렇게 난 오늘도 추억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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