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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유고래 Mar 06. 2019

향유고래 호스트 펑크마녀 인터뷰 (2)

'타뷸라 라사'모임의 호스트인 펑크마녀의 예술과 삶에 관한 이야기

펑크마녀와 함께 사는 고양이 '두부'의 그림


(1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3000won/16)


생계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투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본인의 투잡 생활에 대해 설명해달라 

투잡의 형태는 일단 컴퓨터로만 대화할 수 있는 재택근무를 택하였고, 그림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걸 골랐다. 만화 작업은 출판될 원고를 수정하는 일을 하는데, 정식 작가 분들의 원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된다. 재택근무에서 익힌 기술을 사진 편집 등의 개인 작업을 할 때 이용할 수 있었다. 옛날에는 ‘이 파일로는 내가 못 만드니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익혀보고 안되면 물어보고 검색하고 적극적으로 찾게 되더라. 창작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일하는 시간이 길거나 짧은 것과 상관없이 생각만큼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하는 시간이 짧더라도 일단 씻고 준비하고 등등…집에 퇴근하고 돌아오면 그것만으로도 지친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지 않겠냐만 하루를 준비하는 오전의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지 못하는 부분도 힘들었다. 마음의 여유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자체가 불안하고 괴로웠다. 다른 사람들은 다 참고 다니는데 넌 왜 그걸 못하냐, 너의 문제다 라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생활은 아니었다. 

대부분 일과 작업을 병행하는 분들은 처음에는 주 2회 연재로 시작했다가 점점 주 1회, 자유연재로 그러다 점차적으로 작업을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작가분들이 이 패턴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그랬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직장생활과 창작활동의 병행이 쉽지 않았다.



어떨 때 창작의 기쁨이나 어려움을 느끼나요?

어려움을 느낄 때는…작품이 생각한대로 나와주지 않을 때, 그거 말고는 성격 자체가 확고해서 좋으면 하고 싫으면 안하는 그런 게 있다. 재미있고 좋은 거만 하고 싶어한다. 싫은 걸 다 쳐낸 결과물이 지금의 상태다. 굉장히 만족한다.

보람을 느낄 때는, 만화를 보고 메일이나 쪽지를 장문으로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다. 긴 글로 자기 속마음을 내어놓는 사람들,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다는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일부러 위로해준 것도 아닌데 그게 그분들 마음에 닿는거니까 싱숭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위로받고 공감했다는 자체가 내가 느꼈던 어려움을 상대방도 비슷하게 혹은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시장에서 이벤트로 5분 드로잉을 한 적이 있었는데, 5분 그리다 보니 예쁘지도 않고 안 닮은 것도 많았다. 그런데 다들 너무 예뻐해 주신다. 다들 깔깔깔 웃으면서 좋아해주신다. 

안 닮았는데도, 혹은 너무 안 예쁘게 그려졌는데도 좋아해주시는 걸 보면 무척 신기하다. 나는 항상 나를 그리니까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보통은 자신을 그린 그림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고, 그러다 보니 거기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더라.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새로운 만남들이 즐겁고 보람을 느끼게 만든다.



서른 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예술가로 살기 시작했는데  

휴지통을 지속적으로 연재한 건 30살부터였다. 어릴 때부터 낙서하듯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대학 졸업하고 직장다닐때도 종종 그려서 올렸었다. 지속을 못했다. 당시엔 간절함이 없다 보니 재미삼아 시간남을 때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직장생활 몇 년 해보다가 ‘그냥 다 내 문제구나’ 라는 결론을 내렸다. 직장생활을 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고 깨달은 게 30살이었다. 그래서 다 그만두고 1년만 내가 하고싶은 걸 해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그 시기에, 모은 돈으로 생활하면서 책 많이 읽고 영화 많이 보고..그렇게 보냈다. 딱히 그림을 많이 그린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마치 죽어 있다가 깨어난 느낌?을 받았다. 지금 사는 동네에서 5년 살았는데, 장미가 해마다 5월에 많이 피는 곳이었다. 근데 여기 장미가 많이 핀다는 사실을 5년만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게 너무 충격이었다. 그 5년 동안 도대체 뭘 위해서 살았나 싶더라. 그 깨달음 이후로 뭔가 많이 했던 시간들이, 돌아보면 그 시간에는 그렇게 하는 시간 동안 내 안에서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았나 싶었다. 5년동안 보지 못했던 장미를 보게 된 기분을 그때 느끼게 되었다. 


펑크마녀의 유채 캔버스 작품


향유고래에서 진행하시는 새로운 모임이 빠른 속도로 마감되었다. 소감이 어떤가?

걱정을 정말 많이 했다. 1회차로 생각하면 금액이 비싸지 않은데, 모임이 횟수가 많다 보니까 피부로 느껴지는 금액이 너무 비싼 것 같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 모임이 성사가 안되면 스스로한테도 마음의 상처가 될테니…다행히 모집이 되어서 무척 기쁘다. 오시는 분들이 다 즐거워 하실지 걱정하고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저는 재미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타뷸라 라사 모임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약간 중점을 둔 게 ‘표현’이다. 살면서 자기를 표현하는 자리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내가 회사원이니까,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이니까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기 존재자체가 하나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먹은 음식, 입는 옷, 끼는 귀걸이 등등…그거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서, ‘당신도 지금 굉장히 훌륭한 표현가다’ 라는 느낌을 주고자 한다.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렇게나 그릴 수 있는? 그 그림이 예쁘고 잘그렸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그려보고, 그렇게 그려진 자기의 그림이 자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전시를 보러 가는 것도 내가 잘 또는 못 그려서 가는게 아니고 ‘무슨 생각이 담겼는지’를 보러가는 것처럼, 타인이 그림을 그렇게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진행할 것 같다. 기술보다는 감정의 표출을 중심으로


펑크마녀와 함께 사는 막내고양이 '두두'의 그림


앞으로의 예술활동 행보가 궁금하다.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웃음). 지금처럼 계속 소소한, 놓치면 아쉬운 감정들을 계속 표현해보고 싶고, 원래 글쓰기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림 말고 글쓰기로도 독립 출판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림 전시쪽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다. 그 사람만의 그림체 같은 게 나는 없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걸 다양하게 그려보고 싶다. 이렇게도 그려보고 저렇게도 그려보고,, 하고싶은건 다 해보고 싶다. 쉬운 언어와 기술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딱 보면 어떤 건지 알 수 있는 그런 예술을 하고싶다. 그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고, 그런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렵거나 난해한 게 아닌..!



펑크마녀 블로그

https://blog.naver.com/punkwitch

펑크마녀 삼천원 페이지

https://3000won.com/punkwitch

펑크마녀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baekyeojin/



(삼천원의 새로운 모임서비스 향유고래는,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모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후원 부탁드려요! - 향유고래 모임 개설 및 참여와 관련하여 궁금한 점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향유고래' 계정을 통해 문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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