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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유고래 Oct 24. 2017

[첫번째 이야기] 삼천원 공동대표 버나드 인터뷰 (2)

버나드의 문화예술에 대한 철학 이야기

버나드가 프랑스에 방문할 당시 파리 테러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었다고 한다.


친척 중에 프랑스에 사시는 분이 있어서, 프랑스에 자주 갔다고 들었다. 문화예술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프랑스인 만큼 거기서 느낀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프랑스에 가보면 정말 ‘아 이 나라 사람들이 정말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구나’라는 게 느껴진다.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사람들 스스로가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누리려고 한다. 주말이나 여가시간에는 테니스 등의 생활체육을 즐긴다. 그리고 대학생들이 평소에 전시회 놀러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전시회에 ‘놀러’가지는 않잖은가. 여자친구랑 가는 경우는 있지만 그마저도 데이트코스로써 가는 게 거의 대부분이니까. 그리고 문화예술이 삶에 가까이 있다. 친척 분이 노르망디 지방에 사시는데, 집에 가봤더니 책상에 지역 예술회관 공연 일정이 담긴 클래식 시즌 북이 꽂혀있더라. 심지어 친척분들 중에 클래식을 찾아서 보러갈 만큼 좋아하는 분은 한 명도 없었다. 문화가 사람들의 삶에 가까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미술도 미술관 카탈로그를 집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감상하기가 용이했다. 무엇보다도 수도인 파리와 지방의 문화수준 차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문화예술이 거의 서울에만 몰려 있는 반면 프랑스에서는 파리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은 지방에서도 거의 대부분 누릴 수 있었다.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한 것도 부러웠고,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거의 비슷한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점도 놀라웠다


프랑스 여행 중 발견한 클래식 공연 포스터. 클래식을 '어르신들의 문화'로 여기는 우리나라와 달리, 프랑스는 젊은 사람도 인디음악 들으러 가듯 클래식 공연에 간다고 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미술관이었다. 우리나라 미술관의 경우 전시품을 유리관 안에 전시해놓고, 경계선을 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프랑스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고흐나 들라크루아 같은 사람들의 명화가 그냥 내 눈앞에 아무 경계도 없이 딱 있다. 그것도 진짜 그림이. 주변에 경비도 없었다. ‘이거 그냥 어떤 미친 사람이 칼로 슥 그어버리면 끝나버릴텐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태연하게그 그림들을 감상한다. 미술관과 관람객들 사이의 문화적이고 암묵적인 합의가 명화들을 손상되지 않게 지켜주는 힘이라는 걸 깨달았다. 미술관이 관객을 신뢰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서로의 수준이 보장되어 있고, 서로가 약속을 했다는 게 느껴졌다.


한국의 문화예술 현실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나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해달라

삼천원 일을 하면서 문화예술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많았고,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피부로 느낄 기회도 많았다. 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고등학교 교육과 문화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잘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때의 문화생활이 곧 성인이 되어서의 문화생활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다. 이 때 문화예술에 대한 어떤 가치관이 형성되면 커서도 잘 안 바뀌게 된다고 생각한다. 중고등학생때의 문화생활이 그 사람의 평생의 문화생활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입시 위주의 교육 구조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이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고등학교때까지 공연장을 안 가보거나, 전시회를 안 가거나, 인디음악이나 독립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커서도 잘 안 가게 된다. 어찌보면 지금 대학생들이 아이돌을 덕질하는 이유는, 이들이 중고등학생때 문화예술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다보니 매체를 통해 가장 쉽게, 그리고 단기간에 가장 자극적으로 접할 수 있는 아이돌을 소비해온 게 습관이되어서 그런게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아이들을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해 혹사시키는 건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한다. 대학만 가면 문제가 해결될거라는 뉘앙스는 문제가 있다. 그렇게 중고등학교 때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방법을 전혀 못 배우고 오로지 도서관과 학원에 쳐박혀 공부만 하다보니, 막상 성인이 되어 세상에 내던져질 때 수많은 문화예술을 향유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1회 삼삼오오 공연*. 이런 소공연에서는 10대 청소년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예술이 건강하게 꽃피우려면 시장구조를 개선하는 것 이외에도 문화생활 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한 사람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할수록 시장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결국 문화산업의 수준은 그 공동체의 문화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고등학교때 더 많은 문화생활하는 법을 배우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티켓구매, 평가, 공연장 방문 등이 습관화가 안 되어있으면 커서 새로 접근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안 가보면 그게 얼마나 좋은지 알기도 힘들다. 음악의 경우 모르는 사람들은 라이브 음악과 음원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 그림 또한 캔버스와 스마트폰 차이를 모르고. ‘거기 가봤자 뭐가 다르겠어’라는 생각을 무의식중에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교육이 전무하다 보니 사람들의 문화수준이 양극화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아예 잘 모르거나 덕후거나. 음악도 차트 탑100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구석구석 조그만 인디 아티스트까지 다 꿰뚫는 사람이 있다. 결국 문화예술 시장이 소수의 덕후들에게 의존해야 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현재 기존의 삼천원이 운영하는 결제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2.0 업데이트를 준비중이라고 알고있다. 향후 삼천원의 업데이트 내용과, 장기적 발전 방향에 대해 알려 달라

아티스트들이 좀 더 편하게 예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펀딩 방식을 바꿀 예정이다. 정기펀딩에서 단기펀딩으로 바꾸고, 여기에 부가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굿즈나 창작물을 판매할 수 있는 상점 기능을 추가할 것이다. 그리고 창작물이 많이 전파될 수 있도록 뉴스피드 기능을 개선하고, 컨텐츠 촬영을 원하는 아티스트들과 협력하여 영상이나 사진 컨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티켓팅 기능 추가도 고려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삼천원을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씩 거쳐가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 유통업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인력을 동원하여 일하는 것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대신하면 더 싸게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문화예술은 유통과정에 불필요한 돈이 많이 들어간다. 무대에 아티스트를 올리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삼천원이 불필요한 유통과정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예정이다



버나드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화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삼천원의 기둥(?)인 버나드님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겠습니다 :)


*삼삼오오 공연 -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삼천원에서 주최하는 공연으로, 기존 공연과 달리 아티스트와 관객이 삼삼오오 모여서 예술에 대해 소통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음악과 비음악(일러스트, 웹툰, 전시 등)을 매달 번갈아가며 공연합니다



(삼천원은 문화예술시장 구조 개선과 아티스트의 자립, 그리고 더 나은 문화예술 플랫폼 구축을 위해 공연 기획, 컨텐츠 제작, 티케팅, 웹페이지 개선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삼천원 페이지 자체에 대한 후원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은 후원이라도 저희에게 큰 힘이 되니,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후원 문의: support@3000won.com)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플랫폼 삼천원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threethousandswon/

공식 사이트 -> https://3000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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