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터러씨 부부교수의 아이들과 함께 책읽기
우리가족북클럽! 넷이서 각자 돌아가며 한쪽씩 소리내어 읽는다. 읽다가 함께 키득거릴 수 있는 대목이 나오면 더없이 행복하다. 저녁에 엄마가 밀린 집안일을 하다가 조금 늦어지는 것 같으면, “When will we read? 우리 언제 북클럽해요?” 하고 아이들이 물어온다. 엄마가 밤에 강의가 있어서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학교로 다시 나가봐야 할 때도 아이들은 “우리랑 책 읽고 갈거죠?” 물어 엄마의 다짐을 받고 마음을 놓는다. 남편도 거든다. 늦은 저녁녘에 책들고 모여들지 않으면 부엌에서 서성이며 우리 책 언제 읽느냐며 묻는다. 우리가 따로 시간을 정해 놓고 읽는 것은 아니라 서로 어느 정도 하루를 다 살았다 싶은 순간 오가닉하게 모여 앉아 책을 같이 읽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가족간 대화들이 함께 읽는 책들로 인해 풍요로와지고 서로의 정이 깊어짐을 느낀다.
나와 남편은 University of Northern Iowa에서 리터러씨 교육을 가르치는 교수들이다. 나는 얼리리터러씨, 남편은 중고등 리터러씨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고 교육을 한다. 우리는 교사가 되려고 하는 학부생들, 이미 교사로 일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을 가르치며, 각 가정의 읽기환경이 얼마나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지 강조한다. 우리 학생들과 강의 시간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가정에서도 책을 많이 읽을 수 있게 할까 함께 토론해 보기도 한다.
“각 가정에 일주일에 책 한권이랑 사진기랑 함께 보내서 아이들이 집에서 함께 책 읽는 모습을 싸진찍어 학교로 가져오게 해요.”
“책읽기로그를 가정에서 작성한 다음에 일년후 제일 열심히 한 가정에 상을 줘요.”
“원하는 가정을 한달에 한번씩 학교 도서관으로 초대해서 북클럽을 해요.”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리터러씨 관련 서적과 아티클들, 논문들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과 유사하다. 무엇보다도 가정에서 실제 어떻게 책읽기를 하는지 그 본질에 집중해야 할텐데.
얼리리터러씨를 공부하다 보면 가정에서 아이들이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 이론은 이미 상당히 일반화되어 있어서 침대 머리맡에서 아이를 품에 안고 책 하나를 같이 보며 엄마 혹은 아빠가 읽어주면서 아이를 잠재우는 모습은 아마 누구에게나 익숙할 것이다. 그림책 육아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는 지금 각 가정에서도, 지금 읽고 있는 책과 비슷한 혹은 대조가 되는 책들을 골라서 연계독서 하는 얘기도 많이들 알고 있다. 주요 작가의 책을 골라 읽으며 작가탐구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책과 관련해서 그리기, 만들기, 게임, 드라마 등으로 확장 연계활동을 하는 것도 가정에서 열심히 책육아 한다는 분들은 다들 하고 계신 것 같다. 그런데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책들을 읽게 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독서를 체크하고 감독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되고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는 일은 거의 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가정에서 우리처럼 책을 네권 사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소리내어 책읽기를 하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듣보잡이니 하지 말자 할 게 아니다. 주요 리터러씨 이론들이 뒷받침을 하고 있다.
소리내어 읽는 것은 읽기의 유창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흔히 유창성을 빨리 읽기로 오해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유창성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하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정확하게 읽기, 자동적으로 속도감 있게 읽기, 리듬있게 읽기, 그리고 스태미너 있게 지속적으로 읽기가 그것이다 (Dougherty Stahl et al., 2019). 이들을 통합하여 좀더 쉽게 말하면 책을 읽더라도 그게 우리가 언어를 실제 말하고 느낄 때처럼 책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소리내어서 읽게 하고, 그 읽는 소리가 얼마나 실제 말을 하는 것처럼 들리는지 보면, 아이가 얼마나 그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는가를 추측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심지어 독해문제를 만들어 풀게 하는 것보다도 아이의 책 이해도를 더 잘 알 수 있다는 연구들도 있다. 유창성있게 읽기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이 주장하기를 유창하게 읽을 수 있는 성인이 소리를 내어서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모델링 효과가 되고 어린이들의 읽기 유창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이는 유아나 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만이 아니라 고학년, 중고등학교 청소년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랜동안 초등학교 교사를 하셨던 선생님이 유투브 비디오를 통해 부모들에게 어린이들 독서지도에 관해 조언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집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소리를 내서 읽게 해서 엄마가 부엌에서 일을 하더라도 아이가 방에서 책읽는 소리가 들릴 수 있게 하라고 했다. 일단 아이의 읽기 유창성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이론적 뒷받침이 탄탄하긴 하다. 문제는, 전체 비디오의 내용이 엄마는 아이들의 책읽기를 관리해 주는 입장으로만 보인다는 점이다. 아이와 함께 책읽는 엄마 혹은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가족은 함께 무언가를 하며 즐기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이들이 이제 좀 자라서 독립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긴 하지만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우리는 아이들이 읽는 책들이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는 것을 아동문학 청소년문학을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이 아이들과 함께 책읽기 시간이 의미로울 거라 생각했다. 우리의 책읽는 목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이 언어의 리듬을 느끼고 유창성있게 읽기의 모델을 보며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이 가족북클럽을 하며 중간중간에 재미있는 부분들 의미있는 부분들에 대해 대화 나누며 더 좋은 우리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책을 네권씩 산다.
요즘 한국에서 그림책 육아, 엄마표 독서지도 등이 열풍이다. 그덕택인지 지난주에 화상으로 한국의 그림책대학을 수강하고 있는 엄마들, 교사들을 대상으로 관련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 때 우리 가족북클럽 얘기를 살짝 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그래서 용기내서 이 글을 한글로 써보았다. 한동안 영어로만 리터러씨관련 전문적 논문들을 집필하다 보니 한글 글쓰기가 예전처럼 쉽지는 않다. 앞으로 리터러씨 교수 엄마로서의 그림책 육아 이야기, 가족북클럽 이야기를 계속 한국어로 써볼까 한다.
결론적으로 독자들께 하고 싶은 말, 그림책 육아 그 다음은? 가족북클럽으로 가족 모두가 같은 책을 사서 함께 소리내어 읽는 시간을 매일 혹은 매주, 혹은 매월 가져보는 건 어떨까? 나중에는 가족북클럽을 하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만나 애들끼리도 함께 놀게 하고 책얘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