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

죽음과 소멸에 관한 이야기

by Ch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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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 ‘누벨바그’라는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페이지의 주역들이 한 줄로 나란히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다. 스크린에 영사되던 한 줄기 빛이 끊기는 순간, 그들은 영화라는 매체는 곧 소멸될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 만들어진 지 고작 50~60년밖에 되지 않은 영화라는 매체는 왜 소멸되어야만 하는가?


이 영화 속 ‘네 멋대로 해라’ 촬영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내일, 아니 오늘 어떤 촬영이 이루어질지조차 알지 못한다. 고다르 말고는 아무도, 아니 어쩌면 고다르조차 모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는 마치 앞으로의 모든 일을 예견하고 있는 선지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고다르가 촬영 현장에서 소설 원작과 영화의 관계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고다르는 소설이 영화가 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영화가 소설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성경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나라면 성경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를 찍을 것이다”라고 답한다. 결국 <누벨바그>는 성경에 등장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을 고민하는 고다르의 태도를 보여주는 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성경 속 이야기를 찍지 않겠다는 그의 말과는 다르게,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누벨바그>는 오히려 성경의 모티브를 연상시키는 구조로 전개된다. 고다르는 자신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제자들과 함께 영화를 완성해 나가는 존재처럼 보이며, 그가 이끄는 영화의 완성 방향에는 결국 거리에서 맞이하는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통해 영화가 자기 자신을 해체하는 지점이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


‘네 멋대로 해라’의 역사적인 엔딩 장면. 실제 거리에서 촬영된 미셸 푸가드(벨몽도)가 죽음을 맞이한 자리에는 진짜 시민들이 둘러선다. 이를 막으려는 스태프에게 고다르는 그대로 두라고 말한다. 거리에서의 죽음과 영화의 죽음이 겹쳐지고, 파리 시민들의 원초적인 시선이 그 죽음에 머무는 순간, 고다르는 “영화는 거리에서 죽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영화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부활한다.


<누벨바그>는 죽음과 소멸에 관한 이야기 같기도 하며, 동시에 하나의 부활에 관한 이야기이기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형적 이야기의 활용은 오히려 고다르, 더 나아가 ‘누벨바그’라는 역사적 한 페이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링클레이터의 존경의 표현처럼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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