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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펜 Aug 03. 2024

유로댄스를 듣는다

일상 이야기

추억이 돋는다.


'토토가'를 보며 운 적이 있다. 20대와 함께했던 가수들, 김건모, 쿨, 김현정, SES. 다시 보게 되어 반가웠지만,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다행히 집에 아무도 없었다. 소리 내서 펑펑 울었다. 그 시절의 감성을 느껴 좋았지만, 세월이 지나 무대에 선 가수들을 보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터졌다.


출퇴근 시간 동안 차 안은 나만의 음악감상실이 된다. 잡식성이라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가요, 팝, 댄스, 재즈, 헤비메탈, 클래식. 비지스부터 테일러 스위프트까지 시대도 가리지 않는다.


플레이리스트는 항상 바뀌지만 빠지지 않는 장르가 유로댄스다. 유로댄스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유럽에서 인기를 끌었던 음악 장르로, 빠른 비트와 반복적인 멜로디, 그리고 신나는 리듬이 특징이다.


대학 시절 MT나 야유회를 다녀오면 마지막 코스는 항상 나이트클럽이었다. 꾀죄죄한 복장에 배낭을 메고 우르르 단체로 입장한다. 입구에 가방을 맡기고, 콜라를 한 병씩 받아들고 밤새 춤추고 논다. 간혹 운이 좋으면 선배들이 맥주 기본 세트를 시켜주곤 했는데, 좋은 점은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술은 1차에서 충분히 마셨기 때문에, 나이트클럽에서는 신나게 춤추고 논다. 지하철 막차에 일부는 귀가하고, 나머지는 새벽까지 놀았다. 당시 나이트를 주름 잡았던 음악이 유로댄스다.


Modern Talking, London Boys, Bad Boys Blue, C.C. Catch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젊은 시절의 에너지였고, 같이 놀았던 친구들을 추억하게 한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나이트클럽을 떠올리지는 않지만, 한 번씩 들어도 지겹지 않은 이유는 무의식 속에 각인된 추억 때문이 아닐까?


최근에 학술대회에 갔다가 20년 만에 우연히 그 시절 친구들과 마주쳤다. 서먹한 순간도 없이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간의 이야기보다는 그때의 이야기들로 돌아갔다. 가게 손님들이 하나 둘 떠나고 우리만 남게 되었을 때, 친구가 음악을 바꾸었다. 가게 사장님이 지인이라 그랬다. 서로 듣고 싶은 음악을 틀었다. 나는 다음 곡으로 그 시절의 음악 한 곡을 넣었다. 잔잔하던 가게가 갑자기 시끌벅적한 나이트클럽이 되었다. 끄라는 친구, 어깨를 들썩이는 친구.


추억을 공감하는 포인트는 모두 다르다. 여행스케치의 음악으로 밤하늘의 별과 잔잔한 사랑을 추억하는 친구도 있겠지만, 나는 유로댄스로 그 시절의 에너지와 자유로움을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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