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돌이 Aug 20. 2024

은행을 많이 먹으면 탈난다

음식에 대한 속설과 정설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속설들이 있습니다.


독버섯을 먹으면 죽는다—이건 교과서에서도 배웠죠. 독버섯에는 아마톡신이라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있어 간과 신장을 파괴해, 섭취 시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산에서 딸기를 먹고 중태에 빠졌다는 신문 기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백과사전을 뒤져 위험한 딸기를 구분하는 법을 머릿속에 새겨두었습니다.  


인류는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직접 먹어보며 알아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먹지 못하는 음식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죠. 독을 제거하고, 말리고, 굽고, 다른 식재료와 혼합해 어떻게든 먹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했습니다. 독을 제거한 복어 요리가 입맛을 돋우는 최고의 음식이 된 것처럼, 우리는 도전과 지혜로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열어왔습니다.


이런 명확한 사실들 외에도, 애매한 속설들이 존재합니다.


호박만 한 크기에 굵은 가시가 고슴도치처럼 돋아 있는 과일, 두리안. 껍질을 가르면 치즈 같은 덩어리가 나옵니다. 처음 먹으면 물컹거리는 식감에 저항할 수도 있지만, 두리안은 현지에서도 값비싼 과일입니다. 하지만 지독한 냄새 때문에 천대를 받기도 하죠.


한 번은 여행 중 슈퍼마켓에서 산 두리안을 봉지에 넣어 다니다가 식당에서 디저트로 꺼내려 했습니다. 그랬더니 식당에서 바로 쫓겨났죠. 두리안 냄새가 며칠이 지나도 빠지지 않아, 손님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식당 안에서 먹는 것이 금지된다고 합니다. 태국의 호텔 입구에는 두리안 출입금지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물론 비행기에도 가지고 탈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공항 앞 벤치에서 허겁지겁 두리안을 먹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승무원들이 코를 킁킁거리며 "이거 무슨 냄새야? 두리안 냄새 아니야?"라며 반갑지 않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현지 사람들도 두리안을 싫어할까요? 한 번은 기내에 가져갈 수 없어 공항 앞 벤치에서 먹으려 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 주변의 일꾼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먹어치우더군요. 마치 연못에 먹이를 뿌리면 몰려드는 잉어를 보는 듯했습니다. 비싸서 못 먹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리안을 먹고 술을 마시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로 술을 마실 수 있을까요? 하지만 여행 중에 두리안도 먹고 술도 마셨지만, 한 번도 죽거나 아픈 적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두리안의 고열량 때문에 생긴 속설이라고 하더군요. 먹고 술을 마시면 죽을 수도 있는 과일을 이렇게 버젓이 팔 수는 없겠죠.


등산을 가면 입구에서 빠지지 않고 파는 음식 중 하나가 은행입니다. 살짝 버터를 발라 구우면 고소한 냄새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 봉지 사서 하나씩 씹으며 산을 오릅니다.


"은행을 10개 이상 먹으면 위험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대충 봐도 한 봉지에 10개는 충분히 넘죠. 하지만 한 번도 산을 오르다 쓰러지거나 응급실에 간 적은 없습니다. 10개 이상이 위험하다면 산 입구에서 팔면 안 될 텐데 말이죠.


장모님 댁 뜰에는 엽집에서 가지가 절반 이상 넘어온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었습니다. 장모님 댁에 떨어진 은행은 우리 몫이었죠. 낮 동안 떨어진 은행을 주워 담으면 쌀부대가 가득 찹니다. 주우면서 은행의 고약한 냄새가 손에 배지만, 깨끗이 씻어 말린 후 버터를 발라 구워내면 훌륭한 다과가 됩니다. 다양한 차를 우려내 은행을 먹으며 옛날 이야기로 즐거운 오후를 보냅니다.



은행은 가열해서 먹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날것으로 먹으면 독성 물질 때문에 구토와 복통을 유발할 수 있지만요.


일상의 음식은 그 존재를 크게 드러내지 않지만, 두리안과 은행처럼 스토리가 담긴 음식은 우리에게 따뜻한 추억을 선물합니다. 두리안을 떠올리면 젊은 시절 태국 배낭여행의 설레임이, 은행은 어름덩굴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던 장모님 댁의 포근한 시간이 생각납니다. 이런 음식들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우리의 마음 속에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불러일으키며 특별한 의미를 더해줍니다.



작가의 이전글 가수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