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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펜 Sep 09. 2024

도서탐방 - 소설 읽기

책 이야기

차가 안 막혀 약속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늦더위도 피할 겸, 지하상가로 연결된 경성대 교보문고로 향했다.


입구 쪽 가판대는 소설 코너였다. 오랫동안 지식을 쌓기 위한 책들만 읽어왔기에, 소설은 아직도 내게 낯선 영역이다. 보통 책을 3~4권씩 동시에 읽는 습관이 있는데, 요즘은 소설책 한 권을 꼭 끼워 넣고 있다. 마치 스스로에게 '의무 할당제'를 적용하듯이 말이다.


가판대 앞에 서서 책 한 권을 집어 조심스레 뒷표지를 넘겨 초판 몇 쇄인지 확인했다.


지식을 위한 책들은 주로 여러 권을 한꺼번에 산다. 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구입하거나, 비슷한 주제를 가진 책들을 검색해 다양하게 구입하는 편이다. 하지만 결국 비슷한 내용들이 많아서, 10권을 사도 집중해서 읽게 되는 건 2~3권 정도에 그친다.


소설은 다르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어도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기준은 많은 독자들이 공감한 책을 고르는 것이다.

입구쪽 가판대는 소설 코너였다. 오랫동안 지식을 쌓기 위한 책들만 읽어오다 보니 소설은 아직도 낫설다. 책을 한번에 3~4권씩 읽는 습관이 있는데, 요즘은 소설책 한권은 끼워 넣고 있다. 스스로 의무 할당제를 한다.

가판대 앞에서서 한권을 올려 조심그럽게 뒷표지를 넘겨 초판 몇쇄인지 확인한다. 

지식을 위한 책은 종으로 횡으로 한꺼번에 다양하게 구입한다. 작가의 책들을 여러권 구입하거나, 비슷한 주제를 검색해 한꺼번에 많이 산다. 읽다보면 비슷한 내용들이 많아 10권을 사도 실재로 2~3권 정도 집중하게 된다. 

소설은 다르다. 같은 작가의 작품도, 같은 주제의 이야기도 완전 다른 세상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책이다. 




박상영 작가님의 『대도시의 사랑법』. 


2019년 젊은 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이 책은,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복잡한 감정과 사랑을 다룬다. 주인공은 대도시에서 상처받으면서도 사랑을 찾고 싶어 한다. 도시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외로움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관계들이 매우 현실적이라고 한다. 책을 넘길 때마다 누군가의 마음 깊은 곳을 엿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32쇄는 이 소설이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었는지를 보여준다. 읽고 내가 공감하지 못한다면, 몇번 더 읽을 각오를 해야겠지. 


최은영 작가님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삶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작은 상처들과 그 안에서 희미하게나마 빛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아주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느껴지는 감정의 진폭을 조용히, 그러나 깊게 다루는 걸로 유명하다. 최은영 작가의 소설은 그녀만의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인다고 한다.


출간 이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올해의 소설로 추천했다. 이 작품을 통해 최은영 작가의 감성적인 문체를 처음 접할 생각에 기대가 크다. 읽는 내내 한 장면 한 장면이 나의 삶 속에서도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김혜진 작가님의 『딸에 대하여』. 이 책은 제목만 봐도 이미 무거운 주제를 던진다.


어머니와 딸 사이의 복잡한 관계, 그리고 서로가 가진 아픔이 담겨 있다. 2017년에 출간된 후에도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유는,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과 사랑이 너무도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딸의 삶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은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애처롭다. 읽는 이에게 가족이라는 관계가 주는 위안과 동시에 고통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천선란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


한국 SF 소설의 신성으로 떠오른 천선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교감을 다뤘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기계의 이성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로봇이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은 무엇을 의미할까? 천 개의 파랑은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예고하면서도,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한때 한국은 추리소설과 SF 소설의 불모지라고 불리기도 했다. 긴 서사와 역사적 배경을 다룬 묵직한 작품들만이 소설로서 인정받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옆나라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작가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는 변화하는 한국 SF 소설의 세계를 직접 접해보고 싶다.


배명은 작가님의 『수상한 한의원』. 한의사인 나로서는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다.


고즈넉한 시골 마을 한 구석에 위치한 한의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 그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환자들은 보통 한의원을 건강을 위한 곳으로 생각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한의원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품고 있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묘한 분위기의 한의원. 이곳에서 치유될지, 아니면 더 큰 비밀을 마주할지 궁금하다.


일본의 호러물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스토리 구조가 한국 소설에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



조예은 작가님의 『트로피컬 나이트』.


이 책은 열대의 무더운 여름밤을 배경으로 한 환타지 소설이다. 한여름의 끈적한 공기와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얽히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주인공은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무언가에 휘말려 들어가고, 독자들은 그 긴장감 속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될 것이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문학보다는 이런 가벼운 환타지 소설들이 점점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나 보다. 이런 문학적 트랜드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 






소설을 읽는다는 건 여행을 떠나는 것과도 같다. 목적지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여행, 길을 걷다 마주칠 풍경조차 예측할 수 없는 여정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로운 문이 열리고, 그 너머에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과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기쁨과 슬픔, 설렘과 아픔, 그리고 때로는 알 수 없는 두려움까지.


소설 속 세상은 우리가 사는 현실과는 또 다른 차원의 공간이다. 때로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고, 때로는 꿈속에서만 가능할 법한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여행의 끝에서 무엇을 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미지의 세계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찾아낼 것 같은 기대감이 나를 다시금 책 속으로 이끈다.


나는 지금 그 길을 걷기 위해 첫 발을 내디뎠다. 이번 여행에서는 어떤 새로운 경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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