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위의 마음

변화는 어디서 오는가

by 골드펜

7.


책상에 노트 한 권을 두었다.

값비싼 일기장은 아니다.

어디서나 흔히 살 수 있는 한 권 1~2천 원짜리 B5 사이즈의 노트다.

처음에는 좀 비싼 노트를 쓰기도 했었다.

계속 쓰다 보니, 그저 그런 노트가 제일 편했다.

다 쓰고 나면 편히 버리고, 쉽게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노트가 좋았다.

그 안에는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힘든 마음이 담겨 있다.


처음 펜을 들었을 때,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루 동안 쌓인 피로와 답답함을 어떻게든 내려놓고 싶었다.

말을 꺼내기에는 조심스러웠고, 마음속에만 담아두기에는 무거웠다.

그래서 노트에 몇 줄을 적어 내려간 것이 시작이었다.


글 쓰는 알아보기 힘들게 대충 썼고, 문장은 매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놓고 나니 이상하게도 가슴이 조금 가벼워졌다.

막연하게 떠다니던 감정이 종이 위에 내려앉자, 그것은 더 이상 나를 붙들고 있지 않았다.

“아, 내가 이런 마음을 품고 있었구나.” 그렇게 깨닫는 순간, 이미 절반은 정리된 셈이었다.


노트에 쓰는 일은 하루의 무게를 덜어내는 작은 의식이 되었다.

기분이 가라앉은 날에는 불평을 적었고, 마음이 누그러진 날에는 짧은 감사의 문장을 남겼다.

때로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단어를 이어 쓰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완성된 글이 아니었다.

그저 마음을 밖으로 꺼내 놓는 행위 자체가 필요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스스로에게 인정되지 않았지만,

노트에는 솔직하게 써도 좋다.

상대를 마음껏 욕하고 비난해도 좋다.

10장이고 20장이고 실컷 욕하고 나면,

지금껏 비난을 숨겼던 마음이 오히려 안쓰럽다.


시간이 흘러 다시 그 페이지들을 들춰보면, 문득 놀라운 순간을 만난다.

당시에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고민이, 지금은 한 장의 글로 남아 있다.

그때의 나는 분명 흔들리고 있었는데, 노트 속 글씨는 담담하다.

‘그때도 결국 지나왔구나.’

기록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이어주는 조용한 다리다.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너며,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마다 기록하는 방식은 다르다.

어떤 이는 일기를 쓰고, 어떤 이는 메모 앱에 짧은 문장을 남긴다.

또 어떤 이는 사진 한 장으로 하루를 남긴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기 마음을 밖으로 꺼내는 일이다.

그 순간 우리는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내면의 소음을 잠시 가라앉힌다.


노트 한 권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 안에 쌓인 작은 문장들은 분명 나를 바꾼다.

그것은 완벽한 글일 필요가 없다.

삐뚤빼뚤한 글씨여도, 중구난방의 문장이어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긴, 그날의 살아 있던 마음이다.


노트 위에 내려앉은 마음은 시간이 지나며 내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힘이 된다.

그리고 그 힘은 언젠가 다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조용한 밑거름이 된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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