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말자. BTS는 아티스트이다.

방탄소년단(BTS)

by Wratist

뻔하고 당연한 말로 제목을 지어보았다. 분명 아티스트란 예술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즐거움과 자극을 주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BTS에게 거는 기대는 낙수효과를 통해 그들에게서 받아갈 콩고물을 요구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아리랑 고개를 넘듯, 고난을 마주하는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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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넘는 공백기 끝에 BTS가 정규 5집 앨범 <ARIRANG>으로 돌아왔다. 이 앨범은 국가적 기대와 대중적 편견이라는 거대한 고개를 넘어야 하는 아티스트들의 처절한 기록이자, 자신들의 근본을 재정의하는 선언서이다. 그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고 있기에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앨범의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아리랑'의 현대적 변주다. 우리 민족에게 아리랑 고개가 시련과 한(恨), 그리고 극복의 상징이듯, BTS에게 지난 군 공백기와 복귀는 또 하나의 거대한 고개였다. 그들은 이 고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가사 전반에는 정상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과, 공백기 동안 느꼈던 불확실성을 '고개를 넘는 발걸음'에 비유하며 그들의 투쟁적인 심리 상태를 투영했다.



효과(Effect)가 아닌 서사(Story)에의 집중

이들은 복귀와 동시에 양면적인 시선에 직면했다. '국위선양'이라는 이름 아래 부여된 한국 관광지 재활성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영어 위주의 가사'에 대한 비판, 그리고 여전히 그들을 단순한 '아이돌'의 틀에 가두려는 보수적인 시각들이다. 앨범은 이러한 외부의 노이즈를 음악적 에너지로 치환한다. 특히 'Hooligan'과 'Aliens' 같은 트랙에서는 세간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길을 가겠다는 단단한 자아를 드러낸다. 특히 군입대 직전에 지구적 팬데믹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자 하는 긍정적인 메세지를 전달했던 것과 반대되는 느낌은 앨범 자체에 대해 넓은 연령대의 접근성을 낮추고 만다. 여기에서 BTS에 대한 기대의 형상이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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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중과 미디어는 BTS가 한국 경제나 문화에 미치는 '효과'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BTSnomic라는 신조어가 그 현상을 설명하듯, 그룹을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그들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팀 자체의 이야기'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숫자와 기록으로 증명되는 성과 너머에 있는 일곱 청년의 개인적인 고뇌와 팀의 결속력을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소모적인 아이콘이 아닌 살아있는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부각한다. 매몰찬 물살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수영선수(SWIMMER)처럼.


과거에 대한 향수, 이만큼 반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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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전반부(1~5번 트랙)는 거칠고 공격적인 힙합 사운드로 가득 차 있어 데뷔 초 '학교 3부작' 시절의 향수를 강렬하게 불러일으킨다. 화려한 팝 사운드 대신 날 선 래핑과 묵직한 비트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오랜 시간 그들을 지켜온 근본 팬들의 충성심을 자극함과 동시에 BTS의 음악적 뿌리가 힙합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시켜 준다. 특히 뮤지컬 기법의 메가크루 퍼포먼스가 강조된 <Hooligan>, 영화 '올드 보이'를 레퍼런스로 한 <2.0>은 앨범명과 겹쳐 한국 문화의 색깔을 납득하게 해준다. 옛것을 답습했지만 반가운 반응이 대부분인 데엔 그들의 근본을 향한 그리움이 원인이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타이틀곡 'Swim'을 포함한 후반부는 군 입대 직전 'Proof'나 'Yet To Come'에서 보여주었던 성숙하고 서정적인 색채가 짙게 깔려 있다. 이는 팬들에게 익숙한 BTS의 후반기 감성을 이어받으며, 그들의 복귀가 단절된 사건이 아니라 지속되어 온 흐름의 완성임을 보여준다. 타이틀곡, 수록곡을 비롯한 이 트랙들은 BTS가 비로소 '완전체'로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새로운 시작의 신호를 동시에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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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대부분 영어로 구성된 가사는 여전히 접근성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는 작금의 K-POP 마케팅이 여전히 가지는 문제 중 하나로, 해외 인지도가 확보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국내에서 가사의 의미를 곱씹는 감상에 방해물로 간주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전략은 한국과 해외를 모두 챙기는 것이 아니라 한쪽을 포기하는 전략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시민이 건 너무 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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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쇼케이스는 현장과 온라인을 통한 열광적인 축제인 동시에, 한 국가의 문화적 위상을 짊어진 이들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자리였다. 국가와 시민이 그들에게 거는 기대는 때로 개인의 예술적 자유를 압도할 만큼 거대했다. 앨범 전반에 흐르는 'Normal'과 'Please' 같은 곡들은 이러한 거창한 기대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인간적인 부담감과 '아티스트성'에 대한 갈망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결국 <ARIRANG>이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는 '아이돌'이라는 고착된 인식을 벗겨내고 'BTS 2.0'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ARIRANG>은 춤과 외모로 소비되는 기획된 상품이 아니라, 철학을 담은 메시지를 직접 쓰고 부르는 창작자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이 앨범을 통해 BTS는 K-POP의 상징이라는 칭호를 넘어, 시대를 기록하고 동시대를 위로하는 보편적 아티스트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사실이자 진실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들의 위상을 낮춘다면 그건 결국 대중의 문제이지, 아티스트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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