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대학교 2학년이던 1997년, 대한민국은 갑작스러운 외환위기로 인해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됩니다. 3학년 때 즈음 당시 유행했던 어학연수를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저는 IMF 외환위기로 어려워진 가정형편에 어학연수의 꿈은 접게 되었죠.
제가 대학교 4학년이던 1999년, 취업한 사촌연니의 첫 월급은 80만 원대였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전보다 훨씬 적어진 월급이었죠. 하지만 연이은 기업 도산과 실업률 상승으로 일자리가 적었던 당시 입사한 것만이라도 감지덕지라며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분위기였습니다. 당시 저는 동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사기업을 퇴사하고 공무원시험을 다시 봐서 입사한 언니의 월급은 수당이 없던 달에는 60만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기업을 퇴사하고 안정적일 거라 생각하여 공무원으로 시험 보고 왔는데 월세와 식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고 허탈해하던 언니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IMF 이전에도 이후에도 한국 사회에서 재테크라는 개념은 그리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은행에 저금하는 것이 전부였죠. 저희 부모님이 저에게 알려주신 경제관념도 그저 아껴야 잘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IMF 이후 폭등했던 예금 금리가 10%로 떨어지자 이게 무슨 이자냐 은행이 도둑 아니냐면서도 별다른 재테크를 할 생각은 못했습니다.
그렇게 취업하고 20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저에게 재테크는 적금과 예금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마흔 살이 되고 아이들은 얼추 크고 나니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회사를 퇴사하게 되면 나는 계속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그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잘하는 것도 없는 것 같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것 같아서 굉장히 불안해졌습니다. 마흔 살쯤이면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꾸리며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인간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의 저는 너무나도 아는 것이 없는 어린아이 같았습니다. 이제라도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알아야 할 것 만 같았습니다.
코로나 덕분인지 온라인에는 다양한 "교실"들이 문을 열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주식시장이 불타오르면서 부동산 강의, 주식 강의... 다양한 자산 증식을 위한 강의들이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펀드가 뭔지, ETF 가 뭔지 몰랐던 저는 그때 당시 굉장히 유명했던 (지금은 더 유명해진) 월급쟁이 부자들 카페에서 초보를 위한 2시간짜리 주식투자 강의를 5만 원 내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알음알음 알던 분이 추천해 준 부동산 강의도 듣게 되었죠. 이건 훨씬 더 비쌌던 기억입니다. 정확한 금액은 제 흑역사라 기억에서 삭제했지만 10만 원이 넘었던 것 같네요.
이렇게 경제적 통찰력이 있는 분들을 보면서 마흔 살까지 이렇겠도 공부하지 않고 뭐 하고 살았나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쓸데없는 강의를 듣는다고 시간도 버려가면서 금융지식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저 한번 이후에는 저런 흑역사는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랄까요.
지난주 딸아이와 중고서점에 들러 책을 둘러보다 <마흔에 시작하는 은퇴공부>라는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책의 첫 챕터가 "우간다보다 못한 한국인의 금융지식"이네요. 저의 금융지식수준은 어떤지 궁금해서 금융감독원의 "온라인 금융지식 알아보기"를 해보았습니다.
문제가 조금 이상한 것도 있었지만, 다행히 찍은 문제들이 많이 맞았는지 100점을 받았네요. 그동안의 공부하 헛되지는 않았나 봅니다.
나의 금융 지식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한번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https://www.fss.or.kr/edu/main/contents.do?menuNo=300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