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워킹맘
2023년 회사에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오래전 회사의 사내 정치와 임원이 예뻐라 하는 직원에 밀려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던 업무가 변경되는 일이 있었는데, 같은 직원과 같은 이유로 또다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전에 하던 업무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처음으로 그런 일이 있었을 때는 변경된 업무가 그리 싫지 않았고 회사에서의 승진이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잡음 없이 수긍했었는데, 이제 나이도 경력도 많아진 지금 같은 일을 두 번이나 당하려니 분노라는 감정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나는 회사에서 어떤 존재인가, 나에게 회사는 어떤 의미인가, 나는 지금까지 어떤 모습으로 다른 사람에게 비쳤길래 이런 일을 또 겪는 것인가 등등 분노에 차서 회사를 다녔습니다. 반년간 이런 마음으로 생활을 하자니 내가 가진 부정적인 기운을 내가 더 이상 감당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읽어보았습니다. <몸값 높이기의 기술>. 회사를 계속 다니건 이직을 하던 전혀 다른 일을 하던 내 몸값은 내가 노력하는 것에 따라 높아지는 것이니 몸값이라도 좀 높여볼까 하는 마음으로요.
책에서는 우선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제일 먼저 할 것은 우리가 바로 "피고용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회사가, 상사가 거지 같아도 그 사람은 내 상사고 나한테 일을 시키려고 돈을 주는 사람인 거죠. 직장이란 원래 그런 곳인 겁니다.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원하는 것은 자기들의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저는 이걸 깨닫는 게 그리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바꾸어야 할 것은 상대방을, 그리고 회사를 대하는 내 마음가짐입니다. 냉소적으로 일과 동료, 회사를 대하지 않는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기대치를 조정하는 것이죠. 나도 내가 100% 마음에 들지 않는데 상대방이 나의 마음에 100% 들 리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는 일을 상대방이 알게 해야 한다는 것. 저는 내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주어진 일을 군소리 없이 했죠.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두 번째 겪고 대표와 면담을 할 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에게 일을 맡겼을 때 문제없이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너는 승진에 관심이 없는 줄 알고 배제한 것이라고요. 이런 어이없는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조직에서 내 가치를 높여 더 좋은 곳으로 도약하고 싶다면 여기저기에 소문을 내야 합니다. 나는 승진에 관심이 있다고, 내가 원하는 일은 저런 것이라고. 우리는 독심술사가 아니니까요.
저는 20여 년의 직장 생활 동안 다양한 업무를 해왔지만 그 모든 업무에 있어 전문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다양한 업무들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은 가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까지는 전문성을 쌓지 못한 나의 직장생활이 후회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물경력으로 보였던 저의 이런 다양한 업무 경험은 다양한 팀과 협업하여 회사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조율하는 핵심 역량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회사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임원들이 챙기지 못하는 과정을 총괄하여 문제 해결과 명확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이 회사에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직업인으로서 나를 재정의하고 보니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으며 내가 어떤 업무를 맡은 나는 그 업무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또 다른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회사원으로서 꼭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런 건 아니지만 회사원이니 가끔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