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라고." - 황보름
어느새 5월의 막바지를 향해 가는 중입니다. 1년 12개월의 절반에 해당하는 시간이 곧 채워집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세웠던, 원대하다면 원대한 계획은 현실과 맞닿으면서 축소되고 사라지기도 하며 때로는 스스로가 대견할 만큼 잘 유지하고 지켜지기도 합니다. 흘러온 시간만큼 나 또한 잘 흘러왔는지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칭찬해주고 싶은 것도 많지만 아쉬운 마음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마음도 살짝 품으면서요.
저는 요즘 '쉽게 지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신규 교사였을 때면, 1-2년 정도 더 젊었을 때면 무난하게 버티고 이겨냈을 만한 일들과 감정들에 약해지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일에 전문성이 생기고 노하우가 쌓이는 것만큼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무거워짐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책임을 져야 하는 일들,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일들, 반복되는 것 같은 것들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애써야 하는 일들 등 끊임 없이 '중심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들이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애써 중심을 잡아놓으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의 마음과 기분, 감정이라는 게 참 간사하고 야속한 것 같아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어려움들 앞에서 저는 흔들리고 방황하는 중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순간 처음과 같을 순 없기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힘들어 하고 지쳐하고 감정에 행동이 지배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사랑스럽고 어여쁘고 가엽고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은 여전히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 덕분인 것 같습니다. 그런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저는 이런 말을 합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 포기하지 말자, 선생님은 언제나 너희 편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갑자기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해야 한다, 할 때는 하고 놀 때는 놀자. 아이들에게 조회나 종례 시간 또는 수업 시간을 활용해 전하는 말들이지만 모두 저를 향해 던지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이 깨달음을 마주한 건 올해가 처음은 아닙니다. 매년 생각이 많아지는 때면 더 자주 이와 같은 말들과 문장들을 찾아서 새로운 책 속을 여행하거나 이미 읽어본 책을 다시 들춰보죠. 그 안에서 찾은 위로와 안내 또는 지침들을 위안 삼아 감정의 방황을 끝내고 싶어하는 의지에 색을 칠하고 방향을 재설정합니다.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없기에 끊임 없이 노력해야만 하는 순간들을 살면서 방황이 끝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방황이 끝날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방황 속에서도 교사이자 인간으로서의 제가 더 흔들리거나 지치는 게 아니라, 조금은 더 단단하게 우뚝 설 수 있는 날을 '기대하는' 사람이 되어있길 바라는 것까지는 욕심이 아니길 바랍니다.
저는 방황을 하러 학교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