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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igram Feb 28. 2024

[Review]모든 것은 철학에서 비롯된다

워드 판즈워스, <해법 철학>



경제학과 경영학, 의학 등은 세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학문으로의 기능을 수행한다. 대학에 가기 전 학과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입결이 높은 학과는 경제학과 경영학이며 소위 취업 전망이 높은 학과라고 일컫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철학과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의 학과들과는 반대 성향을 띠고 있다. 입결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이고 취업을 해야 할 경우 고대 그리스로 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흔하게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대학에서는 철학을 배우고 철학 도서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으며, 대학 교양 수업으로 철학 수업을 들으려면 그 수업은 언제나 인기 있는 영역 중 하나이기에 수강 신청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했다.

왜 철학은 이렇게 인기 있는 학문인지, 왜 우리는 200년도 더 된 학자들의 말에서 삶의 지혜를 찾으려고 하는지. <해법 철학>을 읽으며 나는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큰 이유는 철학이 우리 삶 자체라는 것이다.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 얻고자 하는 것들, 그로 인한 사람과의 관계는 모두 철학과 연관이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우리는 훨씬 쉽게 정보를 얻고 사람들의 지식수준은 상향평준화 되었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매체는 더욱 많아졌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벌기도 한다. 그로 인해 예전보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아졌으며 이는 곧 그들과의 비교로 돌아온다.
 
<해법 철학>에 등장하는 스토아 철학자들은 이러한 마음 상태가 지나고 보면 얼마나 작은 부분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타인의 시선과 비교는 우리를 잘못 이끄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방해하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들은 남들의 판단이나 시선과 같은 작은 부분에 우리 자신을 잃지 말고 스스로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삶을 살 것을 당부한다.


그들은 모호한 추측으로 너에 대해 짐작할 뿐이다. 너의 본성을 보지 못하고 너의 기교를 본다. 그러니 그들의 판단에 매달리지 말라.
너 자신의 판단에 매달리라.


나조차도 나에 대해 알 수 없을 때가 많은데 남들에게 어떻게 평가받을지 두려워했던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우리의 삶 모든 부분이 타인에게 평가받기 위해 혹은 그들에게 부러움을 사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닐 텐데 그들의 삶과 비교하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곤 했었다. 시간이 지났을 때 삶에서 느끼는 자유란 몸이 구속되지 않은 상태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남들의 시선과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온전히 내가 하고 싶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할 때 진정한 자유가 시작됨을 느꼈다.

그러니 타인의 말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철학자들은 누군가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비난이 맞는지 생각해볼 것을 주장한다. 맞다면 변화를 주면 되는 것이고 맞지 않다면 그 비난의 대상은 그저 상상 속 존재임에 불과하므로 개의치 않아야 한다.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그를 험담한다는 소리를 듣자 이렇게 말했다.
 
“그럴리 없소. 내게는 그 사람들이 말하는 점이 없소.”



 철학을 배우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잘못된 관념에서 벗어나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맞이하는 수많은 불행, 행복, 운 그리고 죽음. 이 모든 것들은 사실 우리의 견해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우리가 생각하고 경험하는 모든 것은 견해에 달려 있고 견해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우리 한 사람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확신하는 만큼 불행하고 행복하다고 확신하는 만큼 행복하다. 모든 것은 객관적인 지표가 아닌, 자신의 견해에 따른 상상과 생각이다.

가령 우리가 특정 사건에 대해 스스로가 운이 없고 그래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건이 객관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 일을 불행으로 인식했으며 그러는 게 옳다고 생각했기에 불행으로 인식하게 되는 일종의 착각이다. 철학자들은 이러한 생각의 근원을 뿌리 뽑을 것을 역설한다. 사람들은 일어난 사건보다는 그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견해로 인해 심란해지고, 이에 휘둘리는 한 우리는 온전한 정신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토아 철학가들은 우리의 견해에 따른 어리석음과 잘못된 판단을 비울 수 있도록 이끈다. 이를 통해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 상황은 우리의 판단으로 인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삶에서 좋고 싫다고 여기는 모든 것은 우리가 마음속으로 매긴 가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모든 것은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가 어떠한 결과나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가치를 매겼다면 그 가치에 따라 우리의 삶이 힘들다고 인식하게 된다. 결국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외적인 요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며, 그에 따른 해결도 본인에게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인식과 생각, 견해와 판단을 조금만 조절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마음 편안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책을 살펴본 결과 우리가 지금 겪는 고통과 불안은 현대에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미 고대부터 이어져 온 문제이며 철학자들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렇기에 그들이 제시한 해결책 역시 수많은 시간이 지나서도 현대인들에게 충분히 적용되며 만족스러운 해답으로 여겨진다.
 
간혹 책에 정리된 철학가들의 말이 다소 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에서든 기본 개념이 가장 중요하듯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 역시 거창한 것이 아니다.

‘타인과 비교하지 말라’, ‘자신의 내적 성찰에 귀 기울여라’,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것이다.’라는 말은 살아오며 몇 번이고 들은 문장이지만, 이 짧은 문장을 지키고 실천하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가 이를 방증한다. 우리는 매번 이론으로는 습득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불안해하고 걱정하며 타인의 평가에 쉽게 흔들린다.

<해법 철학>은 이 같은 마음 상태를 다시 한번 되짚어주고 명확한 해법을 제시한다. 철학자들의 깊은 사유는 목차에서 드러나듯 여러 소재로 세분화되어 있다. 판단, 관점, 죽음, 쾌락, 덕, 역경 등이 목차의 일부이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므로 각자에게 맞는 것을 취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내적 성장에 집중하는 것,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종국에는 모두의 삶의 행복에 근원적 밑거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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