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
세계화 시대가 도래하며 행복의 개념도 변화했다. 칸트가 말한 “덕과 행복은 한 사람 안에서 최고의 선을 이룬다. 또한 행복이 도덕성에 상응하는 비례로 주어질 때, 가능한 세계에서 최고의 선이 된다.”라는 기준은 현대 시대와는 다소 동떨어져 보인다.
우리의 행복 개념이 ‘포스트 행복(post-happiness)’으로 바뀌면서 이제 행복이라는 의미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도덕적인 선과 삶의 즐거움보다는 행복이 우리를 정신적 빈곤으로 몰아가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사색과 향유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원하는 것을 하며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좀 더 노골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적 유행의 일부가 되거나 지나치게 과시하며 화려함을 강조하는 것이 행복의 기준이 되어가며 점차 객관적이고 기준이 분명한 행복으로 변모하고 있다.
<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의 저자는 이처럼 보편적이고 측정 가능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행복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결정적 계기임을 밝혔다. 정보가 많아지고 손가락 하나만으로 남들의 일상을 시시각각 볼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며 나와 아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의 모습도 쉽사리 볼 수 있는 때다. 아름다운 모습, 화려한 일상, 부유함을 증명하는 어떤 것으로 인해 비교는 쉬워지고 그에 따른 정신적 빈곤과 자괴감, 무력감이 심화되고 있다.
이때 이러한 정신적 빈곤을 처방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아함’이다. 책에서는 우아함을 다양하게 정의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평온함이다. 우아함은 평온하고 차분하며 이는 곧 어떤 방해도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 우아함은 긴장이나 갈등이 없으며 자신을 과도하게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과도 같다. 남들의 시선을 받으려고 애쓰거나 타인을 모방하려고 지나치게 애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우아함은 경솔하지 않고 신중하다는 점에서 하이퍼모던 주체와 대비된다. ‘현대적이거나 현대적 방식의’라는 뜻을 내포한 하이퍼모던은 현대인들의 대표적 특징이다. 이들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 중 하나는 사적인 것에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적인 것은 세계적인 것을 지향하지 않기 때문인데, 만약 이들의 사생활이 세상 밖으로 나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순간 사적인 것은 바로 재평가된다. 즉 자신이 게시한 것에 타인이 영향을 받기를 원하기보다는 조회 수와 ‘좋아요’ 등 가시적으로 확인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러한 경향은 하이퍼모던 주체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불안’의 감정과도 연결된다. 타인에게 인정받기를 원하고 자신이 표현하고 나타나는 모든 것들이 눈으로 드러나야 하는 이들은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불안감과 결핍을 느낀다. 그러나 우아함은 타인의 인정을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불안의 감정이 외부의 평가 때문에 나타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우아한 사람은 외부의 평가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내적 판단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많은 정보 속에서도 자신의 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가져야 할 우아함의 여러 정의를 보면, 우아함을 지켜나가기도 참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너무 많아진 정보가 한눈에 보일 정도인 것만 해도 그렇다. 이렇게 보면 이전에 경험했던 아날로그 시대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보의 부족으로 오히려 불편했을지라도 직접 가서 정보를 획득해야 하고 그 정보를 손에 얻기 위해 기다려야 했던 시간이 이제는 그리운 대상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어쩌면 그런 순간들이 힘들기는 했을지언정 더 많은 집중과 몰입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어린 날 친구의 전화번호를 다이어리에 직접 쓰고 스티커로 수첩을 꾸미고, 집 전화로 친구에게 전화해서 놀자고 했던 때가 떠오른다. 이제는 휴대폰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할 정도로 편리해졌지만, 뭐든 얻게 되면 잃는 것도 있듯이 그때의 시간이 그리워진다. 그렇지만 지금도 여전히 한쪽에서는 필름카메라, 독립서점, LP와 같은 것들이 꾸준히 소환되는 것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지켜나가는 이들이 있다. 빠른 세상 속에서도 내가 읽는 책, 그 책을 바탕으로 느낀 생각과 문장들, 하루하루 느꼈던 나의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해낸 글들이 결국에 자신을 다시 일으키고 살아가게 할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