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의 무게
관계에서 제일 어려운 건
기대를 낮추는 일이다.
상대가 나를 조금만 더 이해해 주길,
이번엔 다르게 말해주길,
다음번엔 달라질 거라고
무심코 기대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처음엔 희망처럼 느껴진다.
기대가 있으니까 참고,
기대가 있으니까 기다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는 점점 무거워진다.
상대는 그대로인데
내 마음만 계속 앞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치는 순간은
상대가 상처를 줬을 때가 아니라,
‘왜 아직도 이럴까’ 하고
속으로 묻게 될 때다.
그리고
나 혼자만 계속,
“언젠가는 바뀔 거야”라는
기대를 하고 만다.
기대를 내려놓는다는 말은
차갑게 들린다.
마치 포기하는 것 같고,
관계를 버리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기대를 낮춘다는 건
상대를 덜 중요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선택에 가깝다.
차이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사람은
이만큼까지는 할 수 있고,
여기까지는 어렵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 순간부터
상대를 바꾸려는 싸움 대신
나를 지키는 기준이 생긴다.
관계가 조금 편해지는 건
상대가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 기대의 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대를 내려놓는 건
포기가 아니라
관계를 계속 가져가기 위한
현실적인 용기라고도 생각이 든다.
오늘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의 하루를 선물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