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교사가 공황장애로 멈춤 버튼을 누르기 까지의 시간들.
잘하려는 마음이 때론 나를 아프게 한다는 걸 공황을 겪고 나서 알았습니다.교사로서 아이들에게도, 동료교사들에게도, 학부모님에게도 좋은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부단히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둔 좋은 교사라는 평가는 언제라도 줬다가도 뺏길수 있길 수 있는 것이기에 늘 불안했고 초조했습니다.
‘선생님은 신규답지 않게 참 잘해요.’라는 관리자의 말 한마디에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들떴다가도
‘선생님 이런걸 실수하시면 어떻게 해요?’라는 동료의 질책에 제 마음은 무너져 내리곤 했습니다. 이렇게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 눈빛 하나, 행동 하나에 맡겨 두곤 언제나 전전긍긍했던 저라는 사람은 결국 공황장애를 겪고 교직 생활에 멈춤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처음 상담실의 문을 열었을 때 제가 꺼낸 입밖의 말은 ‘저는 그냥 잘하고 싶었어요. 남들보다 늦게 교사가 되었고, 그래서 더 빨리 자리 잡고 적응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잘하려 하면 할수록 더 망가지기만 했어요. 낙오자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입니다. 상담 선생님은 왜 본인이 낙오했다고 생각하냐고 되물으셨습니다. 저는 그 질문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야 활발하게 일할 신규 교사가 휴직을 쓰게 되었으니 실패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상담선생님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아픈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용기 있게 휴직을 선택한 건데 왜 그걸 실패라고 규정하냐는 말이었습니다. 상담 선생님의 말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살아온 궤적을 살펴보니 전 항상 중간에 멈출까 고민하는 제 스스로를 부끄러워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최대한 버티고 버티다 안되겠을 때 그때야 stop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오래 중도에 멈춰버린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괴로워했습니다. 20대 중반, 공기업을 준비하다 다시 교대를 가기 위해 수능을 준비할 때에도, 대학생때 경영학을 복수전공하면서 적성에 맞지 않는 학문임을 줄곧 느꼈음에도 끝까지 마무리해야한다는 마음으로 졸업 학점을 꾸역꾸역 채웠습니다. 제 머릿속엔 멈추는 사람은 곧 낙오하는 사람이라는 도식이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휴직을 결정 하고 나서도 제가 바로 했던 행동은 바로 자격증 준비였습니다. 텅빈 시간을 의미없이 보낸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휴직 한지 1주일이 지나 상담실에서 저는‘ 자격증 준비를 하려고 강의 알아봤어요.’라고 자랑스레 대답했습니다. 상담 선생님의 표정은 이내 어둡게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상담 시간이 다 될 무렵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숙제는 바로 한 주동안 본인이 어떤 걸 할 때 쉰다고 느낄지를 충분히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숙제를 받아들고 처음으로 잘하지 않아도 그저 그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로 행복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난생 처음 받아든 어색한 과제였지만, 왠일인지 그 숙제를 하는 내내 행복하고 설렜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걸 할 때 쉰다고 느껴지나요? 저는 이 질문을 시작으로 저를 송곳처럼 찌르던 완벽주의라는 허물을 서서히 내려놓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