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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웨 Aug 14. 2024

Welcome to Korea



© rparmly, 출처 Unsplash




동방항공 비행기가 한국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승무원이 한국에 도착한다고 알려줬다. 나는 작은 창문으로 이 낯선 땅을 바라봤다. 앞으로 이 나라에서 어떤 사람을 만날지, 어떻게 살아갈까? 라는 기대와 두려움이 가슴에 교차했다. 몇 분 후 나는 비행기에서 내려와 사람들을 따라 입국 심사 앞에 줄을 섰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구별 없이 모두 긴 줄에 서 있었다. 입국 심사관이 물어보기 전에 나는 우선 머릿속에 영어로 대답하는 것을 몇 번씩 연습했다. 



“왜 한국에 오셨어요?” 



“한국 사람과 결혼해서 왔습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왔습니다. ” 



그때의 나는 내 인생이 마치 동화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이후 공주님과 왕자님은 같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생각했다. 이제부터 한국에서 행복한 인생이 펼쳐질 줄을 알았다. 나도 역시 왕자님의 키스로 잠에서 깨어나 이 아름다운 세상에 왕자님과 함께 살아간다는 꿈을 꿨다. 



90년대부터 많은 중국 사람이 외국으로 갔다. 돈을 버거나, 유학을 가거나, 모두가 한번 인생을 역전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나도 호주로 유학하기 위해 1년 동안 IELTS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 photoholgic, 출처 Unsplash




하지만 한 사람과의 만남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그 사람과는 다른 언어를 쓰지만, 나와 함께 “우리”라는 인생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결국 그 사람과 손을 잡고 남은 인생길을 같이 걷기로 했다. 나에게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부모님도 모르는 외국 사람에게 큰딸의 인생을 맡기는 것을 많이 걱정했다. 어느 날, 아빠와 나란히 버스 끝에 앉아 있을 때, 아빠가 나에게 오래 담아 두던 말을 드디어 꺼내셨다. 



“꼭 한국 사람하고 결혼해야 해요?”



우리는 병원에 가는 중이었다. 1년 전 엄마가 폐암에 걸려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아내는 아프고, 큰딸까지 자신 곁을 떠나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니, 아빠의 마음은 서글픈 것 같았다. 



그 후에 미안한 마음을 품고 나는 자기 인생의 길을 떠났다. 부모님의 도움으로 나는 큰 걱정 없이 살았는데, 이제는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했다. 나는 다른 외국에 간 사람처럼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에게 선물을 사드리고 싶었다. 큰딸로서 부모의 자랑이 되었으면 했다. 하지만, 그때는 나는 미처 몰랐다. 다른 사람 앞에서 자랑하더라도, 결국 걱정과 염려가 부모님의 마음이라는 것을… 




드디어, 내 차례였다. 나는 입국 심사관에게 여권을 내밀었다. 그 사람은 유심히 내 얼굴과 여권 사진을 번갈아 가면서 확인했다. 또한 내 여권을 넘기며 비자를 꼼꼼히 검사했다. 마지막 내 여권에는 입국 도장이 찍혔다. 이 순간을 위해 몇 개월 동안 자료 준비와 심사 과정이 모두 다 헛되지 않았다. “꽝” 도장을 찍는 소리가 마치 나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하라는 알림과 같았다.




그때 그 심사관이 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해 낼 수 없지만, 아마도 “웰컴투 코리아”라는 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웰컴투 코리아”는 한국에 놀러 온 사람에게만 하는 말이다. 나 같은 한국어도 모르고 한국에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지 않게 생각한 것 같았다. 이제부터 힘든 여정이 시작되는 것을 그때의 나보다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항 밖으로 나갔을 때, 손을 높이 흔들리는 한 젊은 남자가 나에게 다가와서 “웰컴투 코리아”라고 말했다. 그 남자가 내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같이 시내로 들어가는 공항버스에 올라탔다. 나는 이제 그 남자와 한국 속으로 들어갔다.





© maswdl95, 출처 Unsplash




23년 후에 나를 싣는 대한항공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중국 여권을 들고 나는 외국인 입국심사 앞에 섰다. 질서를 관리하는 심사관이 내 손의 외국인등록증을 발견했다.



“등록증이 있구나.” 그녀가 마치 우연히 친구를 만난 것처럼 말했다. 



“맞습니다. ” 나는 눈치로 그에게 대답했다. “나는 이미 한국에 오랫동안 살고 있고, 나에게 소중한 가족도 있습니다.” 



그레서 이제는 나에게 “웰컴투 코리아”보다는 “웰컴투 홈”이 더 어울린다. 나도 역시 진정한 가족처럼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 pattybphoto,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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