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탄소를 가두는 자물쇠, 블루 카본!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

일주일에 영화 3편 이상 보는 영화 중독자로서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재난 물이다. 재난 영화에선 '우주에서 온 뛰어난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략'하는 뻔한 스토리가 많이 나온다. 영화를 보면서 '진짜 외계인이 지구로 쳐들어와 멸망시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2시간 동안 그 상황에 몰입해서 두려워하고, 안심하고, 웃으며 끝날 뿐이다. 그런데 형체만 외계인이 아닐 뿐 실제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 '무언가'의 존재를 안 후부터 섬뜩해질 때가 있다.


그 존재는 바로 탄소이다.


탄소가 무슨 짓을 하길래?


여기서 탄소는 다이아몬드, 흑연, 검댕 등을 구성하는 원소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말한다.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기체이다. 온실기체에는 이산화탄소 외에도 수증기, 메탄가스 등이 있다.

온실기체란 비닐하우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은 그냥 통과시키고, 통과된 빛은 지구 표면을 뜨겁게 한다. 그러면 지구 표면에서 다시 열이 방출되는데, 이때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기체들이 열을 일부 빠져나가지 못하게 흡수한다. 간단히 말하면, 들어올 땐 마음대로 들어와도, 나갈 땐 마음대로 못 나가게 붙들고 있다. 붙들어진 열들은 다시 지구 표면으로 흡수돼 기온을 높이게 된다. 온실효과가 없었다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18도 정도로 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온실가스가 너무나 많아지게 되면 지나치게 온도가 높아져 지구를 침략하는 외계인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남은 온도는 단 0.5도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서,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1.15도가량 상승했다. 엄청나게 큰 지구인데 1~2도 오른 게 뭐가 큰일인가 생각 들 수도 있다. 신생아의 체온이 39도, 40도가 돼서 응급실에 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지구도 당장 응급실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미 상승한 1도의 영향만으로도 기상이변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 결과로 생물, 식량 수급 문제 등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해야 하고, 1.5도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즉,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1.5도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거주 지역 대부분에서 극한의 고온 현상이 발생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호우 및 가뭄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생태계 절반 이상이 상실된다. 2도가 상승하면 남극 해빙 및 그린란드 등의 빙하 소멸이 진행되며, 생태계가 파괴된다. 이에 따라 건강, 생계, 식량과 물 공급, 국가 경제 성장 등에도 모두 위험이 된다. 즉 거주가 불가능한 상태의 지구가 되는 것이다.


탄소 중립 혹은
넷제로(Net-Zero)를 위하여!


우리나라는 2050년을 목표로 대기 중 온실기체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 또는 넷제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기체 배출량을 줄이고 제거량을 늘려 순 배출량이 0이 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방출되는 것과 제거하는 것의 양이 같아지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만으로는 지구를 구하기 어렵다. 우리는 방대한 양의 탄소를 제거해야 한다. 실제로 현재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1.5도 미만으로 억제하기 위해 수십 가지의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핵심 열쇠는 블루 카본


탄소 흡수는 자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탄소흡수원 중 그린 카본블루 카본이 있다. 그린카본이란 육지의 산림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말한다. 숲이 광합성을 통해 공기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식물과 토양 등에 탄소가 축적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블루 카본은 해양생태계가 흡수하여 저장하는 탄소를 말한다.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과 퇴적물을 통해 해양생태계가 흡수, 저장하는 탄소이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는 그린 카본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블루카본이 육상 생태계보다 50배 이상의 탄소 흡수 능력을 갖춘 것으로 밝혀진 후로는 블루 카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바다는 거대한 탄소저장고인 것이다.


현재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규정하고 있는 블루카본의 범위는 맹그로브, 염습지, 해초류 등 3가지로 극히 제한적이다. 이들이 차지하는 면적은 매우 작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


*블루카본 탄소 고정량(단위: tC/ha)
: 맹그로브(1500) > 염습지 (900) > 해초 (300) > 열대우림(250)=침엽수림(250)
맹그로브

1. 블루카본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묶어두는 것은 맹그로브이다. *1ha(헥타르, 3,025평 정도)의 맹그로브 숲은 약 700톤의 석탄 발전 온실가스를 상쇄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맹그로브는 우리나라에는 서식하고 있지 않아 생소할 수 있다. 이는 열대 지역의 해변 및 하구 *기수역(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구역)에서 자라는 식물로 바다의 높은 염분 환경을 잘 견딘다. 또한, 맹그로브의 복잡한 뿌리는 땅을 잘 붙들고 있어, 자연재해를 막아주는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블랙타이거 새우 양식 등으로 인해 맹그로브 숲이 파괴되고 있다. 완전히 파괴된 맹그로브 숲을 다시 복원하는데 최소 20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담: 대학생 시절, 필리핀에서 맹그로브 심기 봉사를 한 적이 있다. 바닷가 근처에서 맹그로브 묘목을 하나하나씩 심는 거였다. 매우 덥고 습했지만, 맹그로브를 실제로 보고 직접 심기까지 해서 굉장히 뿌듯했던 경험이었다.


2. 염습지란 염생식물이 자라는 곳으로 갯벌 중에서도 육지 근처인 상부 조간대 갯벌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간척과 매립으로 많이 사라졌고, 현재 남아있는 염습지의 면적은 전체 갯벌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갯벌은 약 4,8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26~48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승용차 11~20만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에 해당한다. 비식생 갯벌일지라도 탄소저장고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


사라지는 블루카본


무분별한 연안 개발과 양식 사업 등으로 인해 블루카본이 점점 파괴되고 있다. 매년 전체 블루 카본 생태계의 0.7~7%가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매년 영국 전체 탄소 발생량을 흡수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더 나아가, 블루카본이 파괴되면 축적되어 있던 이산화탄소가 다시 대기 중으로 빠져나가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핵심 열쇠인 블루 카본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해양생태계 보전이 시급한 상황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나라도 이제 산유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