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돈룩업>은 혜성 충돌 얘기가 아니다?

Don't Look Up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던 <돈룩업>이라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기후변화에 관해 공부하다, 지구를 멸망시키는 것이 이 영화에서 나오는 '혜성 충돌'만 있진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돈룩업>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러하다.  

어느 날 두 과학자가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다. 신나는 것도 잠시 그 행성의 궤도를 계산해 보니 6개월 14일 후에 지구와 정면충돌하는 궤도였다. 에베레스트 산 정도의 크기를 가진 혜성이 지구를 향해 빠르게 돌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사실을 NASA에 보고하고, 미국 대통령에게 알리려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기다리며 상황을 보자는 답답한 말만 계속한다. 언론에도 보도되지만, 일기예보나 교통상황 정도 급의 미지근한 반응만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혜성을 폭파하기 위한 로켓을 쏘지만 발사하는 중 임무를 갑자기 취소하게 된다. 이는 혜성 속에서 최소 32조 달러의 돈 되는 광물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고 혜성은 지구로 다가오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만 봐도 혜성이 지구로 오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내 말했잖아요. 혜성이 온다고"라고 과학자는 외쳤다. 이 와중에도 미국 대통령은 "돈 룩 업"이라는 말로 국민들에게 진실을 외면하라고 세뇌한다. 결국 그날이 다가오고, 지구는 파괴되고 멸망하게 된다.  


실화... 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


영화 포스터 카피 문구에 적힌 말이다. 실화가 될지도 모른다고? 혜성이 진짜 떨어질 수 있다는 거야?  

나는 영화 속 '혜성 충돌'이 현실 속 '기후 변화'를 상징하는 대체물로 느껴졌다. 많은 과학자들이 관측값과 모델 데이터 등을 근거로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보고하지만, 사실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그저 "돈 룩 업"으로 애써 불편한 진실을 피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환경 연구가들은 기후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이전인 대략 1980년대부터 기후 위기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목메어 외쳤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외면했다. 그리고 정말 기후 변화로 지구가 멸망하기 직전이 된다면 그때 서야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우리가 말했잖아..."

물론 요즘은 많은 대중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심각성을 알고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정확한 원인, 발생하고 있는 현상들, 전 세계의 움직임 등은 잘 알지 못한다. 어렵기 때문이다.


수학 빼고 이야기해 줘!

<돈룩업>에서 과학자가 미국 대통령과 면담하며 혜성에 관해 얘기하는 순간 "No math!" 제발 수학은 빼고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혜성이 지구와 6개월 뒤 충돌하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바로 말하면 되는데, '우리가 어떻게 혜성을 발견하고 이런 방정식을 통해 궤도 계산을 했고...' 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이게 사실 많은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설명 방식이기도 하다. 연구 결과, 실험 방식 등을 구체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들어 말해야 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사실이면 사람들이 바로 알아들을 수 있게 신뢰감을 주면서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누가 들어도 알아들을 수 있게, 쉽게 설명하는 방법'이 필요한 세상인 것이다.


감독의 의도?

아마 이 영화를 보면서 나만 기후 변화, 기후 위기에 대한 이야기로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실제 굉장히 빠르게 흘러가는 영화 장면 속 뜬금없이 느린 테이크로 자연의 모습이 나온다. 예를 들어, 도마뱀이 껍질을 벗는 장면, 벌이 꿀 먹는 장면, 개미, 혹등고래의 모습 등이 말이다. 혜성 충돌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아마도 감독은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려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계속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Look Up) 된다. 어떻게 기후 위기를 극복할지 고민하고, 우리의 역할을 스스로 고민할 수 있다면 기후 위기 극복에 한 걸음 다가간 셈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이는 더욱 큰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누구나 가능! 창의성 높이는 방법 3단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