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바다에서 살고 있었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바다가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심각성을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 누구도 관심 두지 않는다. 그는 오염된 바다에 몸을 던지고 만다.
악취가 나고 푸르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오염된 바다를 바라보며 뛰어내린 그를 그리워하는 '울프'가 있다. '울프'는 그저 시키는 대로 일하고 있는 아이였다. 양들의 똥을 바다에 버리는 일 말이다. 본인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인지도 없으며, 어떠한 가치관이나 신념도 확립되지 못한 아이이다.
'울프'는 그를 찾기 위해, 그리고 그에게 물어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데... 뛰어든 바닷속에서 오염된 바다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의식을 주장했던 그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마주 보게 된다."
뮤지컬이 아닌, 실제상황
이 내용은 오늘 추천할 뮤지컬 <울프> 이야기이다. 우리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뮤지컬 속에 나오는 가상의 오염된 바다가 아닌, 현재 우리 주변과 전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큰 위기의식을 갖고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이미 오염된 바다를 보고도 외면하지 않으려 한다.
더러운 바다, 오히려 좋아?
대학 시절, 바다의 수질과 오염도 등을 측정하기 위해 배를 타고 나간 적이 있다. 한참 물을 뜨고 바닷물 속 퇴적물을 끄집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던 중... 한 선원이 페트병에 담긴 음료수를 마시고는 빈 병을 바다로 휙 던져버렸다. 순간 놀래서 다른 분께 "해양환경 조사 왔는데 페트병 바다에 버려도 되는 거예요?"라고 물으니, 그분께서 이렇게 답하셨다.
"바다가 더러워야 우리도 먹고살죠."
그때의 나는 이 충격적인 답변을 듣고도 '아~그렇구나'하고 넘어갔다.
마치, 똥을 바다에 버리고 있지만 본인이 바다를 오염시킨다는 생각도 못 하는 '울프'처럼 아무런 가치관과 신념이 없었던 것이다.
뮤지컬 <울프>를 보는 동안 대학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확 붉어졌다. 희생당한 자들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을 보며 왠지 나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싶어 바다에 몸을 던진 '울프'를 보고, 더는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고자 하는 용기가 생겼다. 마지막까지 미뤄왔던 환경문제가 낭떠러지까지 밀렸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었다.
1시간 30분의 러닝타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질 정도로 웅장하고, 슬프고, 때론 억울하기까지 한 뮤지컬 <울프>, 꼭 많은 분들이 보시길 바란다.
환경에 관심이 없어도 봐야 할 뮤지컬!
<울프> 속에는 뮤지컬 공연 이후 아주 특별한 시간도 있는데, 바로 [과학자와 과학커뮤니케이터 간의 소통 시간]이다. 뮤지컬이 끝난 후, 20분가량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2회 차인 9/5(목) 19시 30분에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대표님과 같이 출연하게 되었다. 강은빈 대표님은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바로 지금 여기> 속 마지막 에피소드 '마주 보다' 편에 나오신다. 환경운동가로서 기후 위기와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정말 대단하고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해양오염 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며, 강은빈 대표님은 실제로 우리가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과 에피소드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아이를 가진 부모님이나 평소 환경에 관해 관심 있던 분들 모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이다.
*혹시 9/5(목)에 보러 오신다면 꼭 아는 척해주세요!! 소정의 선물도 챙겨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