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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과학해설사 대회 심사위원, 그 뒷이야기

하늘에 미세먼지 하나 없던 가을날, 기차를 타고 예산으로 떠났다. 바로 2024 과학해설사 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총 6명의 과학관 해설사분들이 10분 이내 본인이 지정한 자유 전시품(실물, 사진, 영상 등)을 해설하는 대회였다.


오늘은 이 경험을 통해 과학해설사를 넘어서, 과학을 대중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에 대해 느낀 바를 적어보려 한다.

사실 심사를 맡은 적이 처음이라 긴장되는 마음으로 가기 전 만반의 준비를 했다. 가장 중요한 실제 심사에 사용할 배점표를 분석해 보았다. 심사배점표의 3가지 항목은 아래와 같았다.


구성, 내용 우수성 (50점)


가장 배점이 높은 항목이지만 우수성이라는 것은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나만의 심사기준을 만들었다. 바로 주제의 명확성, 스토리라인, 이해의 용이성이었다.


주제의 명확성은 해설의 제목과 시작부터 주제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가 되는가와 다른 주제로 벗어나지 않는 일관성을 의미한다. 주제와 관련이 없는, 단지 내용을 채우기 위한 정보는 없는 것이 훨씬 낫다. 또한, 주제를 명확히 인지시킨 후 그 주제에 대해 짧은 시간이지만 깊게 들어갔다 나온다면 훨씬 청중들에게 과학을 인상 깊게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 또 하나의 항목으로 정한 스토리라인은 논리적이고 흥미롭게 이야기 구조를 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예술작품 2가지에 대해 해설한다고 해보자. 각 작품에 대한 시대적 상황, 화가의 성향 등 작품에 대해 말해주고 싶은 정보가 산더미일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해설이라면 이 2가지 작품을 잘 연결해야 하고, 이때 필요한 것이 스토리라인이다. 사실주의가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과 그때 사용한 기법, 카메라의 발명으로 인해 사실주의가 그림으로써 가치가 없어진 이야기, 마지막으로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인상주의가 등장한 이야기로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각각의 정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 내 주제 속 반드시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부드럽고 흥미롭게 이어주어야 한다.


• 마지막 항목은 이해의 용이성이다. 과학해설이나 강연을 들으러 오는 분들 중 '오늘 반드시 이 과학적 개념을 이해하고 말테야!'라고 다짐하며 듣는 분이 몇이나 될까.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도록 들려주는 것이 해설사의 몫이라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사전지식이 없어도 납득이 될만한 논리와 개념 비유 등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독창성 (30점)


독창성 항목 또한 3가지로 나눴는데, 창의적인 과학 설명, 비주얼, 청중 참여였다.


• 이전 글에도 적었듯이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용어가 낯설어서이다. 그런데 용어에 대한 설명 없이 넘어가는 뭔가 다정하지 않은 강연과 해설이 굉장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으로 과학에 대한 개념과 원리를 설명하는 능력을 독창성 항목에서 보려고 했다.


• 2023년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팀은 발표에서 청중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요소가 '시각적 요소’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자의 바디 랭귀지, 시각 자료, 표정 등이 청중의 이해와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 늘 보던 그저 그런 자료들 말고 도구, 의상, 동영상 등을 활용한 비주얼 요소가 충분한지를 보려 했다.


• 마지막으로 청중 참여인데, 이는 발표자가 청중과 상호작용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듣는 사람이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질문을 던지거나, 실험을 함께 진행해 볼 수 있다.


흥미유발 (20점)

흥미유발은 청중의 관심 유도, 적극적 행동 유도로 나누었다. 각자의 해설만의 청중을 확 끌 수 있는 후킹 포인트가 있을 것이고, 그걸 잘 살려 재밌게 표현해야 한다. 또한, 과학관이나 강연장 밖에서 과학에 대해 더욱 알아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동기부여하는 해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회, 그 뒷이야기

대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해설자들의 강연 내용을 상기하며 다시 배점표를 보게 되니 부족한 점이 보였다. 바로, 강연 분위기, 인간적인 느낌 등 주관적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를 놓쳤다는 것이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심사를 하려다 보니 결국 해설을 듣는 청중이 로봇이 아닌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던 것 같다.


과학을 대중에게 이야기하기 위해선 감정적 교감을 통해 과학의 아름다움과 흥미를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학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더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는 창을 열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인간적인 요소를 더욱 고려하여 더욱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감사의 말!~


과학커뮤니케이터 과즐러님과 유민 대표님, 이 귀중한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뒤풀이에서 만난 여러 과학관 관장님들과 임직원 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함께 심사에 참여하신 김선빈 관장님과 백운기 교수님! 짧은 시간이지만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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