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는 대단하다.
나에게 맞는 안약을 찾은 후, 안압이 낮아지는 경과는 만족스러웠다. 동시에 생각지 못한 아주 작은 변화가 생겼다. 그 미세한 변화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 번씩 대뜸 빙그레 미소 짓게 된다.
속눈썹이 길어졌다. 콤플렉스일 정도로 짧진 않지만 마음에 쏙 들지도 않던 길이의 속눈썹이었다. 녹내장 안약을 넣고 두세 달 뒤, 거울로 내 눈을 들여다보는 일이 잦아진 나에게 속눈썹 길이가 대뜸 낯설게 느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약의 부작용을 좀 더 자세히 찾아보았다. 알 수 없는 복잡하고 긴 단어들이 줄지어있다. 일개미 같은 작은 글씨들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엘라좁의 부작용에 들어가 있진 않지만, ‘라타노프로스트’라는 주성분이 속눈썹을 길어지게 한다고 분명하게 쓰여있다. 어머나, 진짜 있었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물론 계속 무한대로 길어지는 건 아니다. 속눈썹이 어느 정도 길어지고 쭉 유지된다. 그러면서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진다. 나쁘지 않은데? 이왕이면 속눈썹의 숱도 많아지면 더 좋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혹시나?’ 하며 들여다보는 나도 참 웃기다.
눈가의 힘이 풀렸다. 안약을 넣고 몇 달 뒤, 나도 모르게 찍힌 내 사진들을 보고 흠칫 놀란다. 요 근래의 마음고생 탓이 아니다. 의식하지 않는 내 모습이 예전과 확연히 차이 나게 항상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있는 게 아닌가? 30대 후반의 여성이 느끼기엔 좀 이른 노화 증상이다. 자연스러운 노화 증상은 절대 아니다. 나는 부모님이 한쪽씩 사이좋게 물려주신 짝짝이 눈을 가졌다. 비록 양쪽이 다른 눈 모양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나마 마음에 드는 부위였다. 그렇기에 눈에 띄게 달라진 이미지에 속상한 마음이 훅 스친 건 사실이다. 미국 만화 중 피부가 노랗고 머리숱이 많이 없는 가족 캐릭터들의 눈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생각만 하던 때 마침, 고맙게도 둘째 아이는 나무늘보 같은 엄마 눈이라고 적확하게 표현해 준다. 그 소리에 거울을 보며 레이저를 쏘아본다. 예전처럼 눈이 반짝이게 보이려 힘주어 본다. 이번엔 이렇게 저렇게 애써본다. 찡그려진다. 눈에 빛이 들기는커녕 미간과 이마에 쓸데 없는 가로 줄이 생겨난다. 얼굴이 징그러워진다. 화난 사람처럼 인상을 쓴 채 주름만 짙어진다. 에잇, 관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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