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 탐구 중…
안과 검사 예약 날의 이, 삼일 전부터 나의 걱정은 슬슬 시작된다. 병원을 다니기 시작하던 때에는 큰 병원이 복잡하고 사람이 너무 많아 막연히 겁이 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병원을 오가고 병원 안에서 수행해야 할 임무들은 문제 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걸 가장 좋아하는 나로선 대기실에서의 기다림도 전혀 힘들지 않다. 오히려 마음껏 격렬하게 가만히 있을 수 있어 좋다. 안과에 가기 며칠 전부터 스물스물 돋아나는 걱정의 이유에는 물론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해결할 수도, 조절할 수도 없이 온전히 맞닥뜨려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다. 하루 안에 검사와 진료를 모두 다 할 수 없다. 매번 진료를 위한 하루, 그리고 검사를 위한 하루. 두 번의 방문을 하며 안과에서의 임무를 완성시켜야 한다.
보통 첫날 오전 9시에 검사를 시작으로 모든 검사를 끝 마치고 나서부터 담당의 선생님의 진료를 받기 전까지의 시간. 나에겐 잔인한 시간들을 계산해 보면 대략 오전 11시쯤부터 다음날 오후 1시쯤까지 약 26시간. 꼬박 하루 정도의 시간 동안 나의 불안은 순식간에 만개한다. 하룻밤 사이에 거짓말처럼 부풀어 피어난다. 급격하게 퍼져가는 불안감에 비해 시계가 알려주는 시각은 그 어느 때보다 더디게 흐른다. 몇 년 전 에는 검사를 하고도 꼬박 하루를 건너뛰고 세 번째 날에 진료를 받으러 간 일도 있었다. 단 한 번이었지만,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경험이다.
그렇다고 병원의 다른 예약들을 모두 미뤄내며 내 심신의 평화를 위해 하루 안에 진료와 검사 모두 다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마냥 고집부릴 수도 없었다. 그게 불편하면 내가 다른 병원으로 가면 그만인 거다. 지금 의 병원을 고집한다라기 보다 더 한 오기와 함께 쓸데없는 의리까지 갖다 붙여본다.
‘이 의사 선생님이 퇴직하는 날까지 함께할 거다. 나의 상태를 어느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여 알고 계실 선생님은 이 분이다.’
마음속으로만 이런 말도 안 되는 무한한 신뢰를 항상 보내면서 말이다.
하지만 마음 속과 달리 검사를 마치고 온 날이면 일단 두 손과 두 다리를 가만히 있지 못한다. 항상 똑같은 일들을 익숙한 곳에서 행하면서도 매우 불편하고 어색하다. 나름의 해결 방법으로 생각할 틈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 자신을 정신없게 만든다. 갑자기 산에 오르거나 홀려들만 한 일들로 심신이 힘들어지게 한다. 하지만 효과는 별로다. 몸만 피곤할 뿐 잠을 제대로 이루기도 어렵다. 겨우 잠이 들었나 싶지만 문득 요상하게 누워있는 몸뚱이를 인식하곤 이내 뒤척인다.
날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달력 속 ‘안과‘라는 단어가 보이기 시작하면 초조하다. 녹내장에 대한 내 생각들을 종이에 쭈욱 써보고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비관적인 생각과 절망에 빠져 불안한 감정만 남지 않게 만들 테다. 내 상상과 사실들을 나누어 검열한다. 그리고 나를 설득해 본다. 어르고 달래 본다. 몇 번이고 해 보지만 다 소용없다.
코로 들어간 시원한 공기가 코털을 간질이는가 싶더니 더 속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금세 새어 나간다. 숨을 더 힘껏 크게 들이마셔본다. 그리고 내쉰다. 어라? 내보내야 할 뜨거워진 숨이 모자란다. 들이마신 맑고 시원한 숨이, 기다리던 새 숨이 몸속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숨을 쉬어야지. 더 크게 들이마셔 넣어보자. 그리하여 내 속의 나쁜 생각과 감정들을 더운 숨으로 밀어내야지. 숨이 도대체 어디로 기어 들어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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