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 방법
병원 대기실에 가만히 앉아 한쪽씩 번갈아가며 눈을 감아본다.
먼저 왼쪽 눈을 닫는다. 오른쪽 시야의 정중앙보다 살짝 위에 검은 무지개가 보인다.
반대로 왼쪽을 열고 오른쪽을 닫아본다. 왼쪽의 시야는 좀 더 밝고 넓게 느껴진다. 오른쪽보다는 좀 더 위쪽에 검은 무지개가 떠있다.
이번엔 두 눈을 꼭 감고 3초 수를 세다가 동시에 열어본다. 정면보다 살짝 위쪽에 검은 안개 같은 게 느껴진다.
눈꺼풀 끝에 붙여야 할 속눈썹을 검은 눈동자 가운데에 잘못 붙인 기분이다.
평소엔 익숙해져 몰랐던 답답함이지만, 대기실에 앉아 가만히 보니 보인다. 눈동자를 한 점에 고정하고 있으면 안 보이는 부분이 얼마큼 되는지 시야검사를 따로 하지 않아도 얼추 파악할 수 있다. 다른 질병들과 달리 중기 녹내장은 내가 잠든 시간을 제외하고 언제든지 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 고통이 따르는 질병은 아니지만, 눈을 뜨고 있으면 매 순간 깨달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마음이 참담하다. 이렇게 많은 애들이 나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났구나. 죽어버린 시신경들의 잔해는 사라지지도 않고 내 눈 위를 떠다닌다. 있을 때 잘해주지 못해 떠나보낸 기분이다. 뭐가 그리 급하게, 모질게 나를 떠나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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