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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디 Apr 08. 2020

티나게 경험하라.

가젤일기 EP4. 여행은 사진을 남기고

가젤일기 EP4. 티나게 경험하라.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마케팅


여러분은 에펠탑 앞에 있습니다사진을 찍는다면 정각마다 반짝이는 에펠탑을 찍으실 건가요? 아니면 에펠탑을 배경으로 찍어달라고 부탁하실 건가요?


오늘은 티나게 경험하는 방법이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이유를 나누고자 합니다.


제가 보기에 저는 전자인 것 같습니다. 사진첩을 보면 내가 보고 좋았던 것들 특별한 기분을 남겨놓는 편입니다. 정작 여행을 가도 제가 나온 사진은 몇 장 없고, 아름다운 풍경이나 주위 사람들이 보통 주제가 됩니다. 불어로는 Souvenir , 수브닐이라하는데 보통 여행지에서 파는 기념품들을 이 수브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제가 찍은 사진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Souvenir에 가깝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신 사업자 분들 중에서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온 사진보다 셀카나 풍경사진이 많다면 이 글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마케팅, 하지만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공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이 공식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첫 번째 조건이 있습니다.


"세상 그 누구도 내 눈썹이 짝짝이 인 것에 크게 관심갖지 않는다."


사업으로 돌아와서 가방을 만드는 디자이너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가방 디자이너 유진은 생애 첫 컬렉션으로 4개의 가방 디자인을 S.N.S에 올렸고 게시물을 본 친구들에게서 좋아요가 늘어납니다. 반응이 꽤 좋은 것 같습니다. 다음 날 게시물을 확인 해보니 가방 잘나왔네, 이쁘다. 직접 디자인한거야? 관심 폭발입니다. 댓글로 지금은 샘플이구 곧 펀딩 시작할 건데 알림 신청 부탁한다고 영업도 곧 잘합니다. 


펀딩 플랫폼에서 심사가 끝나고 조건을 전달받은 뒤 판매가 시작되었지만, 예상보다 가격이 많이 올라 갔습니다. 20%의 수수료를 고려하니 적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세금이나 여러가지 부분을 잘 몰랏던터라 처음 제안한 가격으로는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펀딩이 시작되고 처음 구매자는 익숙한 이름입니다. 마음에 든다고 했었던 친구에게 연락이 옵니다. 개시해 줬으니 다음에 밥 한번 쏘라고하는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과 바쁜거 해결하고 꼭 보자. 이야기하곤 통화를 마무리합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친구들이 구매한 것 빼면 실제 판매 된 건 10건 남짓. 목표 금액은 10%도 못채웠고 기간은 2주가 더 남았지만, 도무지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처음 S.N.S에서 반응은 어떻게 된 걸까요. 디자인이 이뻐서 바로 구매해준 친구들은 취향이 특별한건가요? 지인이라서 좋게만 판단한 걸 까요?


정성스럽게 디자인한 제품들이 생각보다 반응이 없을 때, 디자이너들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충분히 이쁘고 잘 나왔는데 왜 반응이 없을까?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 제품은 꽤나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처음 예정 금액보다 비싸졌음에도 불구하고 펀딩에 누구보다 먼저 참여해 준 10%는 사실 매우 의미있는 숫자입니다.  단지 지인 찬스를 쓴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알고 있기에 더 어렵다고 할까요 ? 적어도 시장은 냉정한 법입니다. 보통 제품이 고가일수록 필요나 목적성을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제품의 매력도는 괜찮다고 볼 수 있겠죠.


다만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마케팅의 관점에서 본다면 나만 기억하는 사진을 올리진 않았는지 봐야만 합니다.


에펠탑을 찍을 것인지 ? 아니면 에펠탑 앞에서 즐거운 내 모습을 찍을 것인지 ?

쇼핑몰과 펀딩 사이트를 보면 90%가 넘는 제품들이 이 제품이 왜 좋은지, 당신이 사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품을 찍은 사진들을 보여 줍니다.  햇살 좋은 창틀에 가방을 올려놓고 전문가의 솜씨로 사진을 찍는다해서  소비자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구매를 유도하지 마세요.

내 가방을 메고 있을 때 고객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신은 유튜브 사이사이에 나오는 광고들에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만 내 제품을 광고처럼 만드는 것엔 관대합니다. 과거의 마케팅은 돈을 쓰고 얼마나 많은 전환이 일어나는지에 초점이 맞춰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마케팅의 비용은 0원입니다.

내 자신이 첫 번째 고객이 되어야 합니다. 가방 디자이너라면 내가 디자인한 가방의 열혈 고객이어야 합니다. 매 순간마다 심지어 식당에서 내 옆에 있어야 하는 것은 내가 디자인한 가방이어야 합니다. 아침 요가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에서는 잘 진열 된 가방들이 배경이어야 합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내가 가방 디자이너임을 생각나지 않게 하라.

당신은 이미 사업의 기반이 생기셨군요. 고객이 상상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되셨다면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누구의 도움 없이 당신의 브랜드를 가졌습니다. 


"어느 날, 급하게 화장하느라 눈썹을 제대로 못그렸어요. 온종일 신경 쓰였는데 세상은 내가 눈썹을 삐뚤삐뚤하게 그린 것엔 별로 관심이 없더라구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모습으로 노래하는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 빌리 아일리시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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