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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린 Dec 04. 2021

어느 한 노인의 이야기

깊게 파인 주름, 검게 그을린 피부, 짧고 무수히 많은 흰머리, 잘 다듬어지지 않은 수염, 그의 표정은 누가 봐도 놀랄 정도의 고단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누런 이는 중간에 듬성듬성 빠져 있었고, 배는 볼록 나와 있던 어느 시골에 살고 있는 어느 한 노인의 이야기다. 


그 노인은 젊었을 때부터 처자식보다 부모형제를 아낄 정도로 매우 효자였다. 늦은 결혼 후에도 자식을 둘이나 얻었지만 항상 처자식보다 부모형제에게 지극정성을 다 할 정도였다. 미국에 나갈 기회도 있었고, 더 큰 회사로 옮겨서 돈을 벌 기회도 충분히 있었지만 부모가 하지 말라하면 하지 않았다. 큰 아들은 아니었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까지 매년 잊지 않고 꼬박꼬박 챙겼고, 그의 형제자매들은 그걸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자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물려받은 재산은 한 푼도 없었다. 그의 두 명의 자녀들은 가난을 대물림받아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 후 먹고살기 위해 바로 취직을 해야만 했다. 그의 자녀들에게 대학에 대한 선택권은 없었다. 일자리의 질도 중요하지 않았다. 가난을 탈출하기 위해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그냥 우선 대충 먹고살만한 일자리를 구하는 게 우선순위였다. 그의 형제자매는 여전히 돌아가신 부모를 위해 그가 제사를 지내길 바랬다. 


아무리 효자라도 사람은 나이가 들면 늙는 법, 또다시 시간이 흐르자 그도 결국 노인이 되었고, 가난을 대물림받아 여기저기 떠돌이 삶을 사는 자식들은 아버지에게서 등을 돌렸다. 돌아가신 부모의 제사를 더 이상 챙길 수 없게 되자 집안 내에서 분쟁이 일어났고, 그의 형제자매들도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는 두 명의 자녀가 모두 성장하고 경제활동을 하자 처와 황혼이혼을 하고 독거노인으로 살게 되었다. 


거의 70이 다 된 노인은 늙고 힘이 없을 뿐 아니라 모아둔 재산도 없었고 당뇨, 우울증 및 각종 질병을 앓고 있었다. 결국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차상위도 간신히 되었다. 그의 자녀 중 한 명은 물류센터 야간 업무를 지원하여 야간수당과 잔업수당으로 최저임금을 이상의 급여를 받으며 일용직으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자녀의 소득이 노출되자 그 노인의 의료비는 차상위의 혜택에서 제외되어 돈이 없어 병원조차 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의 의료비가 제외되면서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딸이 돈을 많이 버네요? 야간 물류 자체가 보통 힘든 업무가 아닌데 돈을 많이 번다고?


결국 그의 전처는 딸에게 연락해 "아빠가 의료비 잘렸으니 돈 적당히 벌어라. 아니면 네가 의료비를 대야 한다. " 그렇게 말하자 의료비 지원하느니 차라리 같이 죽자 라는 생각에 그의 딸은 그냥 반강제로 일용직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녀는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으며 아버지가 차상위를 잘리질 않길 바랬다. 


그녀는 자기 때문에 의료비에서 제외된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아버지, 용돈을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비록 젊을 때 세금을 낸 적 없지만 국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노령연금과 차상위 지원금을 제가 드린 용돈이라 생각하고 천수를 누리길 바랍니다. 제가 마지막에는 저승길 동무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긴 시간 동안 생각에 잠겼고, 이렇게 기도했다. 

신이시여~ 나는 항상 삶에 최선을 다 할 것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마지막 순간은 고통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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