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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이혼한다
Oct 14. 2023
상담선생님, 어떻게 이혼할 수 있나요?
이혼하고 싶으나 이혼하지 못하는 남자의 이혼 계획
누군가 나에게 왜 이혼하고 싶으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답한다.
"하루라도, 단 한 시간이라도 행복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왜 지금까지 이혼하지 못했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답한다.
"아이들에게 부부가 같이 사는 화목한 가정을 주고 싶었습니다."
A와의 대화 단절, 적막하고 무거운 집안 분위기, 무시하고 질책하는 언어폭력, 나는 나쁜 남편이라는 가스라이팅, A와의 잦은 다툼, 급기야는 경찰의 출동
A가 경찰에 나를 가정폭력으로 신고한 이후, 마음은 불안하고 긴장되지만 오히려 나의 앞길이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그래, 이제는 진짜 이혼할 방법을 찾아보자. 이혼할 방법이 있겠지.
3년 전 사실 나는 이혼을 시도했었다. 부부상담을 6주간 받고도 와이프는 내가 외도했다는 것을 믿었고, 끊임없이 외도의 증거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와이프는 지금까지도 이혼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변한 건 없다. 오히려 A의 우울증은 더 악화되었고, 나 역시 불행 속에 마음이 더욱 피폐해졌을 뿐이다.
"상담 선생님, 어떻게 하면 이혼할 수 있나요?"
예전 부부상담을 했던 상담 선생님께 물었다. 약 30분간 이렇게 노력해 봐라, 이런 것을 시도해봐라 등등 상담사로서의 뻔한 이야기를 하고 나니, 정말 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부부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을 녹취 또는 기록으로 남기세요. 그리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부관계가 나아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면, 3년간 별거 이후에 이혼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다시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니...
그래도 방법이 있다니 다행이다. 문제는 다시 A와 대화를 해야 하는 게 걱정이다. A와의 대화는 늘 파국으로 끝났다. A와 대화를 하면 늘 대화의 끝은,
"넌 늘 이런 식이야. 넌 네가 원하는 대로만 하고 살고 싶지? 그리고 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행동해 주길 원하지? 내가 그런 걸 너 뜻대로 들어줄 거 같아?"
하지만 이제 지금의 나는 예전과 다르다. A는 이제 남이다. 철저히 남이라 생각하자. 내가 그녀의 기분을 맞춰줄 필요는 전혀 없다. 당당하게 내 뜻을 전하자! 그리고 상담 선생님 말대로 대화와 화해 시도 노력을 했음을 증거로 남기면 되는 거야!...
라고 마음속으로 되새기고 있다. 왜 난 아직도 A와 대화하는 것이 두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