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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상 Sep 21. 2023

공대생의 중국 교환학생_3

극 I로 외국에서 살아남기

사실 회사에서 극 I는 크게 좋은 거 같지 않다. 일반화일 수 있지만, 내 경험상 연구소 같은 경우는 I로도 잘 살 수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회사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사람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극 I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극 I는 소극적으로 행동하고 자기주장을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특징을 갖고 있었다. 이런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은 회사에서 반길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두 개의 선택지 중 선택해야 한다. 극 I에서 변하거나 회사를 나오거나. 회사를 나올 수는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I에서 변해야 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행히도 나는 중국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극 I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먼저 새로운 모임을 나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섭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친해지거나 내가 먼저 말을 걸면서 친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모임에 나가서 무슨 얘기를 해야 될지, 어떻게 이야기 흐름을 잡아야 할지 어려웠다. 지금은 이야기를 잘하고, 항상 분위기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모임의 어색함마저 즐기면서 여유가 생겼다. 그 이유는 교환학생 첫 한 달 동안 항상 새로운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만나고 싶어 했다. 외로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살아야 되기 때문에 그랬다. 갑자기 새로운 환경에 처해졌지만, 학교에서는 1부터 10까지 알려주지 않았고 그저 살 수 있는 환경만 제공했다. 아는 지인도 없었고, 이전에 여행이라도 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식당에서 밥을 주문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심지어 유심칩도 알아서 사야 했기 때문에 이틀 동안은 인터넷 없이 살았다. 학교 와이파이는 돈을 내고 써야 하는데 휴대폰 번호가 없으면 결제가 안 됐기 때문에, 학교 와이파이도 쓸 수 없었다. 결국 혼자서는 이런 환경에서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고 도움을 받아야 했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없었다.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인사하고 스몰 토크를 하고 관계를 쌓아나갔다. 또한, 학교에서 진행하는 교환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파티에도 참석하며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게 친해진 사람들과 유대감을 쌓고 서로 도와주면서 살아갈 수 있었다.


극 E인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니 극 I가 희석된 점도 있었다. 사실, 외국인들과 가까이 지내기 전만 해도 모든 외국인들은 다 E인 줄 알았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외국인들은 모두 밝고 외향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보니, 모든 외국인이 외향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향적이라고 해서 나처럼 닫힌 모습은 아니었다. 비록 먼저 말을 거는 스타일은 아니더라도, 누군가 말을 걸면 반갑게 맞아주고 호응해 주었다. 어쩌면 내가 가야 할 길이면서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모습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외향적인 친구들의 비율은 한국보다 높았고, 그들은 정말 극 E였다. 처음 보는데도 ‘왓썹 가이’를 하면서 포옹을 한다. 미드에서나 보던 장면을 내가 하니 신기했다. 기숙사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 절대로 날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먼저 인사를 하면서 말을 건넸다. 처음 본 사이면 ‘너 처음 보는데 어디서 왔어?’라고 물었고, 몇 번 본 사이면 자연스럽게 ‘어디 갔다 오는 길이냐?’ ‘저녁에 뭐 하냐?’ 등 얘기를 이어갔다. 심지어 춤추면서 자기 춤 어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기숙사를 들어가면서 어떤 사람이든지 안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엘리베이터는 꼭 혼자 타고 싶었다. 그러나 기숙사에는 모든 교환학생이 살았기 때문에 그러기는 힘들었고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얘기를 하게 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됐고, 더 이상 무섭지가 않았다.


결론

이런 경험들로 극 I인 나에게 여유가 생겼다. 분위기를 띄우는 능력은 지금도 없다. 그러나 말도 잘 못하고 매우 소극적이었던 내가 지금은 여유가 생기면서 괜찮은 말도 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된 거 같다. 교환학생 시절, 살기 위해서 말하다 보니 성격도 조금은 변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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