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호랑나비

by 브라이트

우리 집 마당에는 특별한 나무가 하나 있다.
그 나무는 귤나무다.

이 나무는 귤을 먹으려고 심은 게 아니다.

오직 호랑나비 애벌레를 위해 우리 집에 오게 된 나무다.

호랑나비 애벌레는 워낙 입이 까다로워서 다른 잎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귤나무 잎만 골라 먹는다.

그래서 나는 이 나무를 볼 때마다 이렇게 생각한다.

‘여긴 애벌레 식당이야.’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현관 앞을 지나가다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걸 발견했다.

호랑나비 애벌레였다.

“어? 너 왜 여기 있어?”

나는 숨도 크게 못 쉬고 조심조심 애벌레를 나뭇잎으로 떠서 귤나무 가지에 올려주었다.

그제야 나무를 자세히 보게 됐다.

잎사귀 사이사이에 애벌레들이 다섯 마리나 더 숨어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 집 귤나무가 진짜 호랑나비들의 집이 된 것 같았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애벌레 하나를 살짝 건드렸는데, 갑자기 머리 뒤에서 노란 뿔이 쑥 튀어나왔다.
“앗!”
손끝에 고약한 냄새가 배었다.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웃음이 나왔다.

이 녀석들이 오래오래 귤나무에 머물러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가 많이 온 날도 있었다.

하루 종일 퍼붓는 비 때문에 애벌레들은 잎사귀를 거의 먹지 못했다.

다음 날 보니 통통하던 몸이 눈에 띄게 말라 있었다.

자로 재보니 어제보다 몸통이 더 짧아져 있었다.

“배고프지….” 나는 많이 걱정이 됐다.

나라도 밥을 못 먹어 하루 만에 살이 쏙 빠진다면, 정말 속상했을 것 같다.


호랑나비는 비, 바람, 자연을 다 겪어봐야 살아남는다.

그래서 나는 도와주지 않았다.

가만히 두는 것이 그 나비를 위한 일이란 걸 그때 알았다.


시간이 흘러 애벌레들은 하나둘 번데기가 되었다.

놀라운 건, 번데기들이 붙어 있는 장소였다.

집 벽 높은 곳, 마당 끝 쪽문 기둥까지….
“우와,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작은 몸으로 울퉁불퉁한 돌길을 지나 저만큼이나 왔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찡했다.


겨울이 왔다.

서리가 내리자 엄마는 귤나무 화분을 집 안으로 들여놓으셨다.

그런데 나뭇가지에 색이 변한 번데기 하나가 보였다.

“윤아, 이건… 죽은 것 같아.”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혹시나 해서 손끝으로 아주 살짝 건드려 보았다. 그때, 정말 작게 움직였다.

“엄마! 살아 있어! 움직였어!”

나는 번데기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더 이상 손대지 않았다.

가지째 잘라 내 방 화분 위에 올려두고 매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 날, 2월 초였다.

“윤아! 나비 나왔어!”

엄마 목소리에 나는 방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유리창에 붙어 있는 건 분명 호랑나비였다.

아직 날개돋이가 끝나지 않았는지 날개 끝이 조금 구겨져 있었다.

나는 번데기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기 때문에 진짜 깜짝 놀랐다.

겨울 한가운데에서 깨어난 기적 같았다.


나는 작은 집을 만들어 주었다.

어항을 닦아 화분과 귤나무 가지를 넣고, 나비를 조심히 옮겼다.


“얘… 뭐 먹지?”

꽃은 없고, 봄은 아직 멀었다.

AI에게 물어보니 설탕물을 주라고 했다.

나는 병뚜껑에 설탕물을 푹 적신 거즈를 깔아 넣어 주었다.

하지만 나비는 여전히 나뭇가지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괜찮아. 조금만 힘내. 내가 도와줄게.’

나는 나비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한 달만 버티면, 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