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hmandu, Nepal
사진을 찍던 중 뷰 파인더 안에서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사진을 마저 찍고 카메라를 내리니 아이가 달려와 보여달라 한다. 손톱보다 작게 찍힌 얼굴을 보고 실망할까 봐 다시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 보여준다.
카메라를 움켜쥔 아이의 손에 민디(헤나)가 낙서처럼 그려져 있어 ‘민디 그려줄까?’라고 물으니 아이는 좋아라 손을 내민다. 함께 있던 세 녀석만 그려주려 했는데 어느덧 동네 꼬마 아이들이 이미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아이들을 그려주며
“2루피(20원)씩 내야 돼!”
라고 장난쳤는데 한 꼬마 아이가 어딘가를 뛰어갔다 오더니
"아빠가 돈 줬어요"
라며 정말로 5루피(50원)를 내게 내민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아이의 돈 내민 손을 다시 감싸 주었다.
몇 명 그려주고 나니, 옆에 앉아있던 큰 언니도, 사두 할아버지도 민디를 그려달라 손을 내민다.
이제 다 됐나 싶더니 또다시 꼬마 6명이 쪼르륵 달려온다.
이젠 손에 힘이 빠져서 대강 그려주니 아이들이 금세 알고 뾰로통해지지만 몇 개 더 그려준 그림에 금세 다시 웃는다.
250원, 민디 한 튜브 값은
20명도 넘는 사람들이 잠시지만 웃고 떠들기에
충분한 가격.
오래전 여행을 하고 몇 년 동안 글을 쓰고 사진을 다듬고 몇 해 전 책을 만들었습니다.
브런치에 새로운 글을 쓰기 전에 책에 실은 글 중 좋아하는 글, 편집 과정 중 빠진 글, 사진이나 그림을 더 보여주고 싶었던 페이지를 중심으로 다시 올려보려 합니다.
책을 봐주신 분들께는 다시 여행을 떠올리는 계기로, 아직 본 적이 없으신 분께는 답답한 일상에서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Instgram: @310.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