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은 선물 Oct 26. 2022

감사(感謝), 순간순간이 선물이 된다

슬기로운 선생님 생활

    감사(感謝):
* 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          

웃으면서 하는 인사이든

한 줄 메시지이든

마음을 담은 선물이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해야 사람과 사람 사이가 깊어진다.      


친구와 친구이든

자식과 부모이든

오빠와 동생이든

학부모와 선생님이든

감사해야 하는 마음을 표현해야 더 깊은 우리 사이가 된다.  

        

행복을 더 큰 행복으로

평안을 더 큰 평안으로

사랑을 더 큰 사랑으로

감사를 더 큰 감사로

감사는 자석이 되어 서로서로를 끌어당겨 잉꼬부부 같은 사이로 만든다.  

             

작년 12월에 거래은행 직원에게서 수첩을 한 권 받았다.      

수첩은 회색과 은색이어서 품위 있어 보이는 데다가, 작은 동물들이 옹기종기 턱을 괴고 있는 사랑스러움이 가득 담고 있었다.      

시집 모양의 수첩은 문고판 크기도 한 페이지가 3칸으로 나뉘어 있어서 하루하루 무언가를 기록하기 좋았다.      

수첩을 받을 무렵 론다 번의 『비밀 데일리 수업』과 후지모토 사키코의 『돈의 신에게 사랑받는 3줄의 마법』을 읽고 ‘일상에서 감사하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받은 수첩에 감사 일기를 쓰기로 했다.     

‘돈에 쫓기던 삶이 펜과 노트만 있으면 달라질 수 있다고?’     

‘그럼 나도 해야지’ 결심했고 작년 12월 1일부터 글을 쓰는 오늘 2022년 10월 15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썼다.      


여전히 돈을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감사 일기를 쓰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일상이 즐거워졌고, 마음이 평안해짐을 느낀다.     


“즐거움은 더 많은 즐거움을, 행복은 더 많은 행복을, 평화로움은 더 많은 평화로움을, 감사는 더 많은 감사를 끌어당긴다. 친절은 더 많은 친절을 그리고 사랑은 더 많은 사랑을 끌어당긴다.”

- 론다 번, 『시크릿 데일리 티칭』, 살림, 2020.     


지난주 금요일에 사랑이의 학부모와 상담을 했다. 선생님이 되어서 내가 요청해서 엄마, 아빠를 모시고 상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아이의 상태가 심각해서인지 두 분 다 열 일 제치고 오셨다.      


사랑이는 ADHD 약을 복용하며 치료센터에 다니고 있는데 최근 감정이 폭발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부모님과의 면담이 불가피했기 때문이었다.


사랑이의 엄마는 통화도 여러 번 하고 두 번 면담도 했는데, 아빠는 첫 만남이었다.

아빠가 교실로 들어오는 표정을 보니, ‘뭔 얘기하려는 거야?’ 하는 경직된 마음이 확연히 드러나 보였다. 참 이상하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표정이 드러났다.     


연구실에 있던 배 주스를 한 잔씩 따라드렸다. ‘대접하면 오늘 상담이 더 부드러우려나?’ 하는 마음으로      

간단한 인사를 하고 사랑이의 학교생활을 말씀드렸다. 사랑이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면서 상담 분위기를 더 부드럽게 만들었다.     


“사랑이는 수업 태도가 좋습니다. 집중력도 좋고요.”

“오늘 아나바다 시장에서 판 수익금을 2만 원이나 기부해서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 아이인지 알았습니다.”

“1학기에는 화가 나면 뛰쳐나갔는데 요즘은 논리적으로 조곤조곤 말을 하는 점이 좋아진 점입니다.”     


다음은 본격적인 상담의 목적을 말해야 했다. 사랑이의 말과 행동 사례를 사실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해서 부모님이 선생님인 내가 아이를 미워한다는 인상은 주지 않아야 했다. 이때가 가장 어렵다. 눈치가 보이고, 말실수할까 두렵다.      


“부모님께 존댓말을 쓰라고 하니 집에서 일하시는 도우미 이모님은 자기 말을 잘 들어주니 그분께만 존댓말을 쓰겠다고 했어요.”

“너 꺼져, 당신은 누구신데 끼어들어요. 성격이 이상해 등의 거친 말로 아이들에게 상처를 줘요. 그래서 아이들이 사랑이와 잘 놀려고 하지 않아요.”

“제가 아이들에게 가르친 내용을 부담임처럼 친구들에게 지시해요.”

“오늘도 일이 있었어요. 아나바다 장터에서 다른 친구가 산 물건을 자기에게 팔라고 해서 남자아이들 두 명과 큰 소리로 싸웠어요.”    

 

오늘은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아나바다 장터를 열었다. 최대 금액 만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을 손님이 되어 사고, 10가지 품목을 갖고 와서 중고가게 사장도 되어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는데, 교실에 와 보니 사랑이가 보검 이와 희철이와 싸우고 있었다.      


싸움은 사랑이가 유찬이가 산 물건이 마음에 들어서 팔라고 하자 유찬이가 거절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옆에서 팔라고 매달렸단다. 그러자 마음 약한 유찬이가 물건을 사랑이에게 줬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보검이와 희철이가 사랑이에게 말했다.

“그렇게 친구한테 강매를 시키면 안 되는 거야.”

“너네가 뭔데 나서? ” “끼지 말고 꺼져!”

“유찬이가 말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우리가 대신 말하는 거야. 넌 성격이 왜 그러니?”

“유찬아, 너 이것 나한테 강매당한 거냐? 말해봐?”

......

말싸움이 커질 무렵 내가 교실에 들어갔다.


 보검이 와 희철이, 사랑이를 복도로 불러 상황을 물었다. 기억력 좋은 사랑이가 울먹거리면서 10여 분을 설명했다. 5교시 수업을 시작해야 하는 내가 조급해져서 물었다.


“언제 끝나니? 설명?”

“다 했어요.”라고 사랑이가 말했다.     

“사랑이는 유찬이에게 물건은 돌려주고 앞으로 친구가 팔지 않겠다고 하면 그 맘을 받아들이렴.”

“보검이, 희철이는 사랑이의 마음도 상하지 않게 조언하면 좋겠다. ‘성격이 왜 그러니?’라는 표현을 쓴 것은 사랑이에게 사과하고. 사랑이도 ‘너네가 뭔데 나서?’, ‘끼지 말고 꺼져!’라는 거친 언어는 쓰지 말아야 한다. 사랑이도 말을 거칠게 한 것을 두 사람에게 사과했으면 좋겠다.”     

사랑이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보검이 와 희철이도 작은 목소리로 ‘네’하고 대답했다.     


사랑이의 부모님은 1학기에 남의 물건을 몰래 가져간 일과 마찬가지로 이번 일도 갖고 싶은 물건에 대해 집착하는 것을 지도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셨다.      


사랑이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아 보였다. 상담이 길어지자 사랑이 아빠도 자기 속마음을 이야기했다. 사랑이 엄마와 사랑이에게 참다가 어느 날인가는 빨간 스위치가 켜지는 날이 있다는 말을 하셨다. 나는 ‘순간 사랑이가 아빠를 닮았구나.’ 생각했다.     


나는 놓치지 않고 말했다.

“아버님, 절대로 사랑이 앞에서 빨간 스위치가 켜지면 안 됩니다. 아이는 부모님의 말씀이 아니라 행동을 배운다고 합니다.”

“엄마, 아빠가 서로 말다툼도 하지 마시고, 눈빛도 사랑스럽게 바라보시고,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나쁜 말을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꺼져. 당신 등”

“두 분이 서로 맘에 안 들 때도 말 안 하고 냉랭하게 지내지 마세요.”

“서로를 안쓰럽게 생각하면서 진정한 동지가 되세요.”

“주말이면 가까운 산에 가서 아이와 등산도 하세요.”

......

내 말은 끝이 없이 길어지고 있었다.      

때마침 사랑이 아빠의 전화기가 울렸다. 아버님이 전화를 받기 위해 잠시 복도로 나가자, 사랑이 엄마가 말했다.

“선생님, 마치 우리 집 거실 CCTV를 보시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지난 5월에 사랑이가 심한 행동으로 자해를 하려 했다. 너무 놀랐다. 나와 사랑이, 사랑이 엄마가 우리 집 카페에서 일요일 오후에 만나서 3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당시 사랑이가 밤마다 잠을 못 잔다고 해서 내가 생각이 길어지면 스스로 “사랑아, 생각을 멈춰!”하고 외치라고 했다.      


월요일에 사랑이를 만나 “잠을 잘 잤니?”라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했더니 신기하게도 잠을 잘 잘 수 있다고 했다.

아이가 나의 상담으로 수면 패턴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오늘 상담하면서 말했다. “사랑이 어머님과 아버님은 일상에서 감사 인사를 잘하고 계시는가요? 지난번 일요일에 카페에서 헤어지고 감사 메시지가 없어서 놀랐어요. 대부분 사람,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고민하는 자기를 위해 시간을 내주면 감사 인사를 하거든요.”     

두 사람 다 당황해했다. 마음으로는 선생님께 감사한 데 표현을 못 했다고 사과를 했다.     


오늘 상담은 근처에서 살고 계시면서 사랑이를 돌봐주시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담임 상담이 부부 상담으로 바뀌어버렸다. 나의 잔소리가 길어지자 시계를 보는 사랑이 아빠를 보고 교실 벽시계를 보니 4시 10분이었다. 3시에 상담을 시작했으니 벌써 1시간 10분이 지나고 있었다.        

   

<감사를 가르치는 선생님 >

-선생님이 먼저 매일 감사 일기를 쓰자

-아이들에게 매일 하루에 3가지 감사할 일을 찾게 하자

-학부모 상담을 할 때 부모가 선생님께 감사하도록 일깨워 주자

-학생의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와 선생님뿐이다. 마음을 다해 상담해 주자. 부모님들이 감동하도록~     


선생님과 부모님 등 어른이 먼저 감사하는 삶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5월에만 의례적으로 하는 감사가 아니라 일상에서 매일 감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반은 금요일 아침 글쓰기의 주제가 '감사'이다. 감사일기를 쓰면 아이들이 날카롭던 모습이 둥글둥글해진다. 학기초에 날카로왔던 어머님 한분은 이제 아주 감사 메시지를 자주 보내신다. 그러니까 아이가 달라지고 있다. 친구관계가 좋아지고 학습태도도 좋아졌다.


작가의 이전글 시간(時間), 울림을 느끼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