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점들의 우주와 브루크너의 숨결(1)

김환기 〈우주〉와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로맨틱’, 그리고 칼 뵘의 노년

by 클래식덕후문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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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rl Bohm, Wiener Philharmoniker

- 1973.11, 빈 소피엔잘



Episode.1


푸른 점들이 흩뿌려진 김환기의 〈우주〉 앞에 서면, 사람은 어느새 고요 속에 잠깁니다.


김환기 작가는 20세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지요.


점 하나가 별이 되고, 그 별들이 모여 어둠의 천장을 이루는 동안,


그 화면 어디쯤에서는 아주 느린 숨결이 흘러갑니다.


말없이 존재하는 그 떨림.


저는 그 떨림이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을 들을 때의 감정과 이상하리만큼 닮아 있다고 느낍니다.


브루크너 4번은 ‘로맨틱’이라는 별칭에도 불구하고, 감상적이거나 화려한 음악이 아닙니다.


이 음악은 새벽의 공기, 숲의 그림자, 먼 산맥의 윤곽 같은 풍경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풍경은 어느 순간 자연을 넘어 우주로 이어집니다.


김환기의 푸른 점들이 결국 광대한 우주를 꿈꾸듯,


브루크너의 선율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세계를 향해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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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2


이 작품을 오래도록 품어낸 지휘자 칼 뵘은,


1894년, 우리나라에서는 갑오개혁이 일어났던 그해 태어났습니다.


그는 유럽 근현대사의 폭발적인 변화들을 한 생에 모두 겪었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제국의 붕괴, 새로운 정치 체제의 출현, 그리고 문화의 격변.


그리고 1981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첫 비행을 떠난 해에 세상을 떠납니다.


인류가 지구 밖 우주로 발을 내딛던 그 해에,


한 지휘자는 오랜 세월 쌓아온 해석의 세계를 조용히 닫았습니다.


그의 삶은 언제나 시대의 파도에 밀려갔지만,


그가 무대 위에서 만들어낸 음악은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해졌습니다.



1악장 - Bewegt, nicht zu schnell (활동적으로, 너무 빠르지 않게)

https://www.youtube.com/watch?v=2bDHzugiOvA&list=PLHMaOPmxHtFoCKra0PgNVueWy3iPLUZu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