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우주〉와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로맨틱’, 그리고 칼 뵘의 노년
Episode.3
칼 뵘은 원래 법학박사였습니다.
법의 세계에서 훈련된 그의 사고는 음악에서도 독특한 방식을 만들었습니다.
과장된 감정이나 무리한 해석은 철저히 배제하고,
작곡가의 악보 속 논리를 차근차근 따라가는 방식.
그의 브루크너는 묵직한 신앙심이나 과열된 장엄함이 아니라,
‘왜 이 음이 여기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 해석이었습니다.
그 논리와 절제 속에서 오히려 더 큰 울림이 생겼습니다.
김환기의 점들이 과장을 거부한 채 제 위치에서 빛을 내듯,
뵘의 브루크너 역시 군더더기 하나 없는 정직한 음들로만 세계를 펼쳐 보였습니다.
Episode.4
1973년, 칼 뵘이 빈 필하모닉과 함께 데카 레이블에서 남긴 브루크너 4번은
그의 철학이 가장 응축된 결과물 중 하나입니다.
금관은 필요 이상으로 크게 울리지 않지만 깊은 중심을 갖고,
현악기의 결은 마치 오래된 성당의 돌벽을 손끝으로 쓸어보는 듯 단단합니다.
음 하나, 쉼표 하나에도 노지휘자의 긴 생애가 깃들어 있는 듯합니다.
2악장 - Andante, quasi allegretto (걷는 듯한 속도 안에서 약간 더 경쾌한 기운을 머금고)
https://www.youtube.com/watch?v=cs9022LsNxw&list=PLHMaOPmxHtFoCKra0PgNVueWy3iPLUZuq&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