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이 없는 경기에서 영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2)

클렘페러의 베토벤 교향곡 3번과 <야구란 무엇인가>

by 클래식덕후문쌤
IMG_5266.jpeg



Episode.3


2악장은 장송행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 연주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감정의 절제가 아니라 '시간의 수용'입니다.


낮은 현악이 묵묵히 리듬을 이어가고, 목관은 숨을 얹듯 조심스럽게 개입합니다.


트럼펫과 팀파니는 비극을 강조하기보다, 행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습니다.


코페트는 야구를 “실패가 기본값인 스포츠”라고 말합니다.


열 번 중 세 번 성공하면 훌륭한 타자이고, 일곱 번의 실패는 기록 속에 조용히 쌓입니다.


이 장송행진도 그렇습니다. 이 악장은 죽음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죽음 이후에도 계속되어야 하는 시간을 받아들입니다.


전쟁과 망명, 병마 속에서 살아남았던 클렘페러의 생애가 이 태도와 겹쳐 들리는 이유입니다.


그는 울부짖는 법보다 견디는 법을 아는 지휘자였습니다.




IMG_5268.jpeg



Episode.4


3악장은 음악의 공기를 바꿉니다. 리듬은 가벼워지고, 움직임은 분명해집니다.


하지만 이 활기는 폭발이 아니라 정확성에서 나옵니다.


현악은 빠르게 움직이되 흐트러지지 않고, 목관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습니다.


특히 호른의 등장은 이 악장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소리는 영웅적 제스처라기보다,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코페트가 야구의 묘미로 꼽은 것 중 하나는 “숫자로는 설명되지 않는 직관의 순간”입니다.


감독이 교체를 결정하는 타이밍, 수비 위치를 바꾸는 순간은 통계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클렘페러도 이 악장에서 그런 직관을 사용합니다.


그는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알되,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경기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IMG_5269.jpeg


이전 18화홈런이 없는 경기에서 영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