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7번과 몬드리안의<Broadway Boogie Woogie>
- Carlos Kleiber, Wiener Philharmoniker
- 1975.11.25-27 / 1976.1.16,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Episode.1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바쿠스의 축제’라고 부르는 말은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축제는 술에 취해 무너지는 밤의 난장이 아니라, 아침까지 이어지는 리듬에 가깝습니다.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한 1975~76년 빈 필하모닉의 도이치 그라모폰 녹음을 듣고 있으면,
문득 한 장의 그림이 겹쳐 떠오릅니다. 피에트 몬드리안의 〈 Broadway Boogie Woogie 〉입니다.
직선과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화면인데, 이상하게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도시처럼 뛰고, 음악처럼 흔들립니다.
Episode.2
1악장은 이 그림의 첫 시선과 닮아 있습니다.
느린 도입부에서 플루트와 오보에는 마치 격자의 첫 선처럼 조심스럽게 자리를 잡고,
호른은 화면의 외곽을 넓히듯 공간을 정리합니다.
아직 춤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미 리듬의 좌표는 정해졌습니다.
클라이버는 이 도입부를 서두르지 않습니다.
몬드리안이 빈 화면에 아무 선이나 긋지 않았듯,
이 음악도 축제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질서를 먼저 세웁니다.
Episode.3
리듬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현악기들이 반복을 쌓아 올립니다.
바이올린의 짧은 동기들은 〈 Broadway Boogie Woogie 〉
속 노란 사각형들처럼 화면 위를 점멸하듯 오갑니다.
비올라와 첼로는 그 사이를 메우며 흐름을 만듭니다.
축제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은 선을 넘지 않습니다.
그런데 1악장 말미에서, 이 질서에 갑자기 균열이 생깁니다.
불협화음이 튀어나오며 음악이 잠시 비틀립니다.
마치 격자 속에서 일부러 비껴 놓은 색 하나처럼, 이 불안은 화면을 깨뜨리는 대신 더 생생하게 만듭니다.
클라이버는 이 지점을 흐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또렷하게 드러내며 말합니다.
이 축제는 처음부터 위험을 품고 있다고.
https://www.youtube.com/watch?v=QYVHvaFI6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