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프렌즈, 브루크너 교향곡 7번, 그리고 바렌보임이 선택한 시간의 방식
- Daniel Barenboim, Berliner Philharmoniker
- 1992.2, Deutsches Schauspielhaus, Berlin
Episode.1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을 듣고 있으면,
이 음악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보다 무엇을 끝내 말하지 않으려 하는지가 먼저 느껴집니다.
이 교향곡에는 눈에 띄는 사건이 없습니다.
갈등도 없고, 극적인 해결도 없습니다. 음악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 한자리에 머뭅니다.
그 머묾이 길고, 깊고, 쉽게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종종 어렵다고 여겨지지만, 실은 우리 일상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삶의 대부분이 그렇듯,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입니다.
Episode.2
브루크너가 이 교향곡을 쓰던 시기는 이미 그의 인생이 순탄치 않게 흘러온 뒤였습니다.
그는 젊은 작곡가도 아니었고, 세상으로부터 넉넉한 인정을 받은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비평가들의 말에 과도하게 흔들렸고,
자신이 쓴 악보를 끝없이 고쳐 쓰는 성향을 끝내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교향곡 7번은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른 운명을 맞이합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처음으로 분명한 성공을 경험했고,
그 성공은 그가 평생 고집해 온 느린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는 뒤늦은 확인처럼 다가왔을 것입니다.
1악장 - Allegro Moderato(활력있으나 서두르지 않게)
https://www.youtube.com/watch?v=CS-qLplEe7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