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프렌즈, 브루크너 교향곡 7번, 그리고 바렌보임이 선택한 시간의 방식
Episode.3
이 음악의 시작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첼로와 비올라가 낮은 자리에서 천천히 선율을 꺼내고, 바이올린이 그 위에 조심스레 빛을 얹습니다.
금관은 처음부터 자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벽처럼, 기둥처럼, 소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 줄 뿐입니다.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귀에는 음악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이 이 교향곡의 핵심입니다.
브루크너는 시작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는 먼저 공간을 만듭니다.
Episode.4
2악장 아다지오로 들어서면, 이 교향곡이 왜 오래 기억되는지 분명해집니다.
바그너 튜바와 호른이 만들어내는 둔중하고 따뜻한 음색은 울부짖지 않습니다.
슬픔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슬픔은 정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놓입니다.
현악기는 그 감정을 안고 천천히 호흡하고, 목관은 말수를 극도로 줄입니다.
이 악장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감정이 사라지지 않도록 곁에 머뭅니다.
그래서 이 음악은 위로라기보다 동행에 가깝습니다.
브루크너는 이 악장을 쓰던 중 자신이 숭배하던 바그너의 죽음을 예감했고,
실제로 부고를 접한 뒤 이 음악을 마무리했습니다.
흔히 애도의 음악이라 불리지만, 애도라는 말조차 이 음악에는 조금 성급해 보입니다.
이 악장은 슬픔을 끝내지 않습니다.
그저 슬픔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Episode.5
3악장에서 음악은 잠시 걸음을 옮깁니다.
팀파니와 저음 현악이 분명한 발걸음을 만들고, 금관은 짧고 정확한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나 이 활기는 흥분으로 치닫지 않습니다.
하루의 일과가 무사히 돌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처럼,
세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입니다.
마지막 악장은 밝아지지만, 승리를 선언하지는 않습니다.
음악은 커지지만 과시하지 않고, 끝나지만 닫히지 않습니다.
이 교향곡은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까지 와도 괜찮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2악장 - Adagio. Sehr feierlich und sehr langsam(느리게. 매우 장엄하고 매우 느리게)
https://www.youtube.com/watch?v=YZakshH8fx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