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교향곡 4번과 인간이 감당해야 했던 순간들
슈만 교향곡 4번 1악장 - Ziemlich langsam – Lebhaft(꽤 느리게 – 활기차게)
https://www.youtube.com/watch?v=E5XABBjAfxE&list=OLAK5uy_lY3Vy4pagQCgUXsgR9L9bQRLJIyPJIieQ&index=1
- Wilhelm Furtwangler, Berliner Philharmoniker
- 1953.5.14, 베를린 예수 그리스도 교회
Episode.1
1969년 7월, 인류는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습니다.
그러나 그 장면은 우리가 상상하는 위대한 서사와는 달랐습니다.
환호도 없었고, 장엄한 음악도 없었습니다.
닐 암스트롱의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담담했고, 그의 움직임은 절제되어 있었습니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
이 문장은 선언이라기보다 기록처럼 남았습니다.
너무 큰 사건 앞에서 인간이 감정을 앞세우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었습니다.
Episode.2
영화 <퍼스트맨>은 이 침묵의 성격을 정확히 붙잡습니다.
이 작품 속의 암스트롱은 영웅이기 이전에 인간입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이고,
매번 죽음과 맞닿은 실험 비행을 반복해야 했던 시험비행사이며,
말보다 침묵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달 착륙은 그에게 환희의 순간이 아니라,
감당해야 할 도착입니다.
영화는 위업을 키우지 않고, 오히려 감정을 덜어냅니다.
그 절제가 이 장면을 더욱 크게 만듭니다.
Episode.3
이 침묵의 도착을 떠올리며 로베르트 슈만의 교향곡 4번을 듣게 됩니다.
이 작품은 교향곡의 성공담으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슈만은 이 곡을 1841년에 처음 완성했지만 만족하지 못했고,
10년 뒤인 1851년에 다시 손을 댑니다.
교향곡 4번은 그렇게 두 번 태어난 작품입니다.
이 제작 과정 자체가 슈만이라는 인간을 닮아 있습니다.
한 번에 완성되지 못하고, 되돌아가고, 고쳐 쓰고,
그럼에도 끝내 완전히 안정되지 못하는 과정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