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도착하는 음악(1)

슈만 교향곡 4번과 인간이 감당해야 했던 순간들

by 클래식덕후문쌤

슈만 교향곡 4번 1악장 - Ziemlich langsam – Lebhaft(꽤 느리게 – 활기차게)

https://www.youtube.com/watch?v=E5XABBjAfxE&list=OLAK5uy_lY3Vy4pagQCgUXsgR9L9bQRLJIyPJIieQ&index=1

- Wilhelm Furtwangler, Berliner Philharmoniker

- 1953.5.14, 베를린 예수 그리스도 교회



Episode.1


1969년 7월, 인류는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습니다.


그러나 그 장면은 우리가 상상하는 위대한 서사와는 달랐습니다.


환호도 없었고, 장엄한 음악도 없었습니다.


닐 암스트롱의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담담했고, 그의 움직임은 절제되어 있었습니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


이 문장은 선언이라기보다 기록처럼 남았습니다.


너무 큰 사건 앞에서 인간이 감정을 앞세우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었습니다.



original.jpg 닐 암스트롱(1930~2012)(출처: 위키미디어)



Episode.2


영화 <퍼스트맨>은 이 침묵의 성격을 정확히 붙잡습니다.


이 작품 속의 암스트롱은 영웅이기 이전에 인간입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이고,


매번 죽음과 맞닿은 실험 비행을 반복해야 했던 시험비행사이며,


말보다 침묵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달 착륙은 그에게 환희의 순간이 아니라,


감당해야 할 도착입니다.


영화는 위업을 키우지 않고, 오히려 감정을 덜어냅니다.


그 절제가 이 장면을 더욱 크게 만듭니다.



IMG_5730.jpeg



Episode.3


이 침묵의 도착을 떠올리며 로베르트 슈만의 교향곡 4번을 듣게 됩니다.


이 작품은 교향곡의 성공담으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슈만은 이 곡을 1841년에 처음 완성했지만 만족하지 못했고,


10년 뒤인 1851년에 다시 손을 댑니다.


교향곡 4번은 그렇게 두 번 태어난 작품입니다.


이 제작 과정 자체가 슈만이라는 인간을 닮아 있습니다.


한 번에 완성되지 못하고, 되돌아가고, 고쳐 쓰고,


그럼에도 끝내 완전히 안정되지 못하는 과정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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