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의 교향곡 d단조와 두 손 사이의 음악
Episode.9
이러한 태도를 연주로 구현해 낸 인물이 폴 파레입니다.
파레는 스타 지휘자가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제스처도, 강한 개성도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오케스트라를 바꾸는 데 탁월한 인물이었습니다.
1950년대 그가 맡은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잠재력은 있었지만,
미국 정상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분명한 태도가 부족한 악단이었습니다.
파레는 이 악단을 단숨에 바꾸지 않았습니다.
대신 과장된 비브라토를 줄이고,
리듬을 정리하고,
구조가 먼저 들리는 연주 관습을 심었습니다.
그가 디트로이트에서 이룬 성과는 단순한 기량 향상이 아니었습니다.
20세기 중반 미국 오케스트라들이 화려함과 음량으로 경쟁하던 시기에,
파레는 악보에 대한 신뢰와 균형의 미학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프랑스 지휘자였지만 프랑스를 이식하려 하지 않았고,
미국 악단을 유럽식으로 포장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유럽 전통을 미국식 성실함으로 정착시켰습니다.
이 시기의 디트로이트 심포니가 남긴 프랑스 음악 녹음들이 지금까지도 신뢰받는 이유는,
거기에 지휘자의 개성보다 음악의 구조가 먼저 들리기 때문입니다.
Episode.10
1959년의 프랑크 교향곡 d단조 녹음에서 파레는 끝까지 조연에 머뭅니다.
그는 프랑크를 해석하려 들지 않고, 프랑크가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정리합니다.
템포는 절제되어 있고,
강조는 최소화되어 있으며,
각 악기의 주선율과 대선율이 흐트러지지 않게 유지됩니다.
이 연주는 감동을 전달하기보다, 음악이 서 있을 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마치 로댕이 돌을 깎아 두 손 사이의 공간을 남겼듯이 말입니다.
Episode.11
그래서 이 교향곡은 들을수록 커지지 않습니다.
대신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그 자리에 남습니다.
프랑크의 음악은 로댕의 〈대성당〉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오래 서 있습니다.
성당은 돌로 짓지 않습니다.
두 손 사이에 남겨진 공간처럼, 소리와 소리 사이에 남겨진 시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