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은 돌로 짓지 않는다(3)

프랑크의 교향곡 d단조와 두 손 사이의 음악

by 클래식덕후문쌤

3악장 - Allegro non troppo(경쾌하게, 너무 과하지 않게)

https://www.youtube.com/watch?v=M88GAfZSD2k



Episode.6


이 음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예술이 오귀스트 로댕의 〈대성당>입니다.


이 작품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성당의 형태가 없습니다.


벽도, 첨탑도, 스테인드글라스도 없습니다.


오직 두 개의 오른손이 마주 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손과 손 사이의 빈 공간은 이상하리만큼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로댕은 무언가를 더 쌓아 올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비워 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어 있음이 하나의 구조가 됩니다.



L51_-_Mus%C3%A9e_Rodin_-_La_Cath%C3%A9drale.JPG 오귀스트 로댕<대성당>



Episode.7


로댕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근육이나 자세가 아니라, 이 ‘사이’입니다.


〈대성당〉에서 두 손은 거의 닿을 듯 말 듯 서 있지만 끝내 맞닿지 않습니다.


그 미세한 간격이 작품의 중심입니다.


성당이란 신을 설명하는 장소가 아니라, 신앙이 머무는 공간이라는 듯이 말입니다.


이 조각은 종교를 설명하지 않고, 태도를 보여 줍니다.


말이 멈춘 자리에 무엇이 남는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IMG_5674.jpeg



Episode.8


프랑크의 교향곡 d단조 역시 같은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이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음표의 밀도가 아니라, 음표와 음표 사이에 남겨진 시간입니다.


주선율은 언제나 대선율과 함께 움직이고, 어느 악기 하나도 혼자 앞서 나가지 않습니다.


소리는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같은 공간 안에서 조심스럽게 자리를 나눕니다.


로댕이 돌을 깎아 침묵의 공간을 만들었듯,


프랑크는 소리를 절제해 음악이 머무를 자리를 만듭니다.


이 교향곡은 성당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대신 성당과 닮은 구조로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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