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도착하는 음악(3)

슈만 교향곡 4번과 인간이 감당해야 했던 순간들

by 클래식덕후문쌤

슈만 교향곡 4번 3악장 - Scherzo. Lebhaft(스케르초. 활기차게)

https://www.youtube.com/watch?v=rUcXMAUfJOo&list=OLAK5uy_lY3Vy4pagQCgUXsgR9L9bQRLJIyPJIieQ&index=3



Episode.7


이 전환을 가장 설득력 있게 들려주는 연주가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1953년 녹음입니다.


이 연주는 지금까지도 슈만 교향곡 4번의 기준점처럼 언급됩니다.


푸르트벵글러는 이 음악을 정리하지 않습니다.


템포를 고정하지 않고, 리듬을 반듯하게 다듬지도 않습니다.


대신 음악이 스스로 흔들리도록 내버려 둡니다.


그는 이 불안정함이야말로 슈만의 본질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IMG_5733.jpeg



Episode.8


그러나 이 연주를 듣기 위해서는,


푸르트벵글러가 서 있었던 시대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그는 현대음악사에서 거의 왕의 지위에 있던 지휘자였지만,


동시에 가장 무거운 시대를 감당해야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나치 정권 아래에서 독일 음악의 상징으로 소비되었고,


그로 인해 그는 끝내 부역자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지 못합니다.


그는 당원이 아니었고,


체제를 찬양하지도 않았지만,


떠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 심문받는 인간이 됩니다.



Wilhelm_Furtw%C3%A4ngler_by_Emil_Orlik.jpeg 빌헬름 푸르트벵글러(1886~1954)(출처: 위키미디어)



Episode.9


전쟁이 끝난 뒤, 그는 무죄 판결을 받지만 시대는 이미 변해 있었습니다.


전후 세계는 흔들리는 인간보다,


관리되는 시스템을 원했고,


그 자리에 젊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등장합니다.


매끈한 사운드, 음반 산업, 시각적 이미지.


카라얀은 새로운 시대의 지휘자였고,


푸르트벵글러는 마지막 구시대의 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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