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교향곡 4번과 인간이 감당해야 했던 순간들
슈만 교향곡 4번 4악장 - Langsam – Lebhaft – Schneller – Presto(느리게 – 활기차게 – 더 빠르게 – 매우 빠르게)
https://www.youtube.com/watch?v=YXzbppXiDEk&list=OLAK5uy_lY3Vy4pagQCgUXsgR9L9bQRLJIyPJIieQ&index=4
Episode.10
이 모든 맥락을 안고 다시 들으면,
1953년의 슈만 4번은 단순한 명연이 아닙니다.
특히 3악장에서 4악장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은,
음악적 장면을 넘어 한 인간과 한 시대가 감당해야 했던 무게가 열리는 순간처럼 들립니다.
푸르트벵글러는 이 장면을 폭발시키지 않습니다.
선언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이미 열려 있던 문을 조용히 통과합니다.
너무 큰 것을 앞에 두고 흥분하지 않는 태도,
그 절제가 이 음악을 압도적으로 만듭니다.
Episode.11
그래서 이 연주에서 4악장은 출발이 아니라 도달처럼 들립니다.
이는 달 착륙과 닮아 있습니다.
발사는 요란했지만, 도착은 조용했습니다.
암스트롱이 달 위에 남긴 첫 발자국이 위대했던 이유는
환호가 아니라 침묵이었기 때문입니다.
슈만의 이 전환 역시 그렇습니다.
이 음악은 환희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 서서, 버텨낼 것을 요구합니다.
Episode.12
결국 슈만의 교향곡 4번은 교향곡이라는 장르의 완성도가 아니라,
한 인간의 정신이 무너지지 않고 형식으로 남은 기록입니다.
그리고 푸르트벵글러의 1953년 연주는 그 기록을 고치지 않고,
미화하지 않고, 끝까지 데려옵니다. 이해되기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감당해야 할 음악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 연주는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위대한 순간은 늘 조용합니다."
"그 순간은 너무나 커서, 인간이 함부로 반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