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은 사라졌지만, 허기는 더 깊어졌다.
인간은 원래부터 모든 걸 다 잘 먹도록 설계된 존재는 아니었다.
혼자서는 사자처럼 사냥을 잘하지도 못했고,
소처럼 풀을 소화시킬 위장을 가지지도 않았다.
그냥…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입에 쑤셔 넣고 본 동물이었다.
익히고, 말리고, 삶고, 발효시키고…
심지어 썩은 음식도 버리기 아까워 ‘숙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 먹었다."
그 집념은 결국 진화를 이끌었다.
인간은 ‘먹을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살아남은 종족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진화로 인해 완벽한 ‘살찌는 시스템’까지 갖추게 되었다.
먹고, 움직이지 않고, 그걸 보관하는 능력이 압도적이다.
옛날엔 그게 생존의 비결이었고,
기근과 추위를 버틸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능력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
배고파서 먹는 시대는 끝났는데,
사람은 여전히 배고픈 줄 알고 먹는다.
지루해서 먹고, 심심해서 먹고, 화나서 먹고,
사랑받고 싶어서 야식을 시킨다.
몸은 여전히 “내일 굶을지도 몰라” 하며 지방을 저장하는데,
현대는 배달 앱 한 번에 열 끼가 집에 오는 세상이다.
우리는 점점 더 놀라울 정도로 살찌고 있다.
그 기능이 너무 잘 작동해서 문제다.
결국, 인간은 살기 위해 먹다가
이제는 그 먹는 본능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냉장고를 열고,
이미 배부른데 또 무언가를 찾는 우리.
과연 우리는 단순히 배를 채워줄 음식을 찾는 것일까
아니면 공허함을 채워줄 무언가의 잔상을 쫓고 있는 것일까
진화는 성공했고,
몸은 완성되었고,
문명은 배부르다 못해 넘쳐나는데...
이제는 그 성공의 결과가
우리 자신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있다.
먹을 수 있는 걸 다 먹는 능력.
그게 우리를 위대하게 만들었고,
지금은 그 위대함이 우리를 ‘위대하게’ 살 찌우고 있다.
먹는 것만 잘해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멈추는 법도 배워야 할 때다.